총 18페이지
14페이지 본문시작
14
2006년 11월 24일 제404호
길 끊어진 곳…애끓는 아픔들
경원선 최북단
‘연천군 신탄리’
차창에 코를 박은 꼬마 얼굴
에 가을햇살이 부서진다. 의정부
에서 경원선 열차를 타고 북으
로 1시간 20분. 스피커에서 종착
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흐른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역.
경원선 최북단에 위치한 시골역
이다. 소박한 역사에는 휴전선
너머 늦가을 소식이 깃든다．기
차가 마지막으로 토해낸 사람들
은 쉽게 발길을 떼지 못한다. 녹
슨 철길. 철도 중단점을 알리는
입간판. 다음 역을 가리키는 칸
은 휑하니 비어 있다. 열기를 식
히지 못한 기차만 호흡을 고를
뿐 신탄리역은 고즈넉하다. 분단
의 아픔을 접어둔 채 아련한 상
경원선 최북단 연천군 신탄리역은 허리잘
처가 묻어난다.
린 철길로 상처가 가득하지만 군대 면회
온 아주머니 등 사람내음이 짙게 풍긴다.
炭)’
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신탄리
관과 다방이 골목마다 숨어 있다．
허리 잘린 철도는 묵묵부답
역은 1913년 첫 문을 연 뒤 45년 해방과 함
신탄리까지 경원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
여행 팁
역사에 들어서니 빛바랜 액자 속의 시구
께 북한에 배속되었다가 51년 서울 수복으
은 눈이 즐겁다. 동두천-소요산-한탄강-
가 사연을 전한다．
로 탈환됐다. 71년 철도 중단점 표지판을 설
전곡-대광리를 거치는 동안 볼거리가 널렸
가는 길= 최북단 신탄리역까지는 의
‘돌아서야 할 운명의 변방마을 삼거리에
치한 뒤 휴전선에서 불과 4㎞ 떨어져 분단
다. 동두천역을 지나면‘아마겟돈’
‘갤럭
정부역에서 열차가 1시간 간격으로 운
바람이 분다. (중략)．북으로 더 못 가고 그
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시’등 미군부대 주변 이국적 간판이 흥미
행된다. 신탄리역까지는 1시간 20분이
렁거리던 통일호 열차가 잡목숲산을 돌아
롭다. 소요산역에서 내리면 동굴 바위, 원효
걸린다. 매시간 열차가 운행되므로 마음
목장·폭포 등 풍요로운 볼거리
에 드는 역을 콕 찍었다가 잠시 둘러본
남으로 간다.’-이돈희‘신탄리’
에서-
폭포를 둘러볼 수 있다.
뒤 다음 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도 재
의정부에서 경원선 종착역인 신탄리역
선사유적지로 유명한 전곡역은 젊은 연
미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3번 국도
까지 57.6㎞．원산까지는 131.7㎞．허리가
아픈 상처를 뒤로하고 신탄리역에는 사
인들이 많이 찾는다. 기차가 전곡역을 출발
로 진입한 뒤 의정부 동두천을 지나 연
잘려 나간 철도는 묵묵부답이다．
람 내음이 난다. 5년 전만 해도‘추억으로
하면 연천평야가 펼쳐진다. 연천역 인근 재
천군에 도착한다.
신탄리역은 한적하다. 임진각이나 통일
가는 사랑의 영화열차’
가 운행됐다. 역 앞
인폭포 역시 비경을 담고 있다. 곳곳에 늘어
둘러볼 곳, 묵을 곳= 신탄리역에 도착
하면 인근 차탄천에 발을 담근 뒤 걸어
전망대가 분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플랫
포장마차에서는 튀김, 번데기, 소라를 판다.
선 젖소 목장도 늦가을에 열차 여행의 배경
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고대산을 올라보
폼에 걸터앉아 마지막 가을햇살의 감미로
10년 동안 분식집을 했다는 한 아주머니는
이 된다. 신탄리로 향하는 경원선 여행은 그
는 게 좋다. 고대산 정상에서 북녘 땅을
움을 즐긴다. 신탄리역 역무원은“하루 50
토실토실한 오징어 튀김에 꽈배기를 내놓
래서 더욱 풍요롭다．
조망할 수 있다. 인적이 뜸해 가족단위
명 정도가 이곳 신탄리역을 찾는다”
고 전한
는다. 마을에는 면회객들을 위한 빛바랜 여
｜고선영(여행 칼럼니스트)
휴식처로 권할 만하다. 녹슨 기차 잔해
다．
“로맨스를 즐기기에 좋은 곳인데 연인
가 실제 남아 있는 월정역까지는 접근
이 금지돼 있다. 신탄리역에는 숙박시설
들의 발길이 뜸한 이유를 모르겠다”
고 웃는
이 부족하다. 모텔 등 안락한 공간은 없
다. 역사를 빠져나가는 한 아주머니는 군대
다. 민박을 이용하거나 다시 기차를 타
간 아들에게 첫 면회를 가는 듯 발을 종종거
고 연천으로 빠져나가야 된다.
린다. 나머지 관광객은 늦가을 산행을 위해
인근 고대산(832m)을 찾는 사람들이다. 고
대산에 오르면 백마고지와 철원평야가 펼
쳐진다．
역을 벗어나 녹슨 철길을 따라 북으로 걷
는다. 200m가 안 돼 철길이 검붉어지더니
팻말이 발길을 막는다. ‘철마는 달리고 싶
먹을거리= 역주변에 산행객들을 위한
다.’깜박거리는 신호등 뒤로 정지 표시판
4∼5개 식당이 모여 있다. 이곳 백반집에
이 있을 뿐 철로가 잘려 나갔다．
서 내놓는 순두부보리밥과 된장찌개가
신탄리역 인근 주민들은 예전부터 숯을
먹을 만한다. 두부를 프라이팬에 살짝
가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철도가 부설된
구운 모두부도 입맛을 돋우는 데 좋다.
이후로 숯가공이 더욱 번창했다. ‘신탄(新
2006년 11월 24일 제404호
길 끊어진 곳…애끓는 아픔들
경원선 최북단
‘연천군 신탄리’
차창에 코를 박은 꼬마 얼굴
에 가을햇살이 부서진다. 의정부
에서 경원선 열차를 타고 북으
로 1시간 20분. 스피커에서 종착
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흐른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역.
경원선 최북단에 위치한 시골역
이다. 소박한 역사에는 휴전선
너머 늦가을 소식이 깃든다．기
차가 마지막으로 토해낸 사람들
은 쉽게 발길을 떼지 못한다. 녹
슨 철길. 철도 중단점을 알리는
입간판. 다음 역을 가리키는 칸
은 휑하니 비어 있다. 열기를 식
히지 못한 기차만 호흡을 고를
뿐 신탄리역은 고즈넉하다. 분단
의 아픔을 접어둔 채 아련한 상
경원선 최북단 연천군 신탄리역은 허리잘
처가 묻어난다.
린 철길로 상처가 가득하지만 군대 면회
온 아주머니 등 사람내음이 짙게 풍긴다.
炭)’
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신탄리
관과 다방이 골목마다 숨어 있다．
허리 잘린 철도는 묵묵부답
역은 1913년 첫 문을 연 뒤 45년 해방과 함
신탄리까지 경원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
여행 팁
역사에 들어서니 빛바랜 액자 속의 시구
께 북한에 배속되었다가 51년 서울 수복으
은 눈이 즐겁다. 동두천-소요산-한탄강-
가 사연을 전한다．
로 탈환됐다. 71년 철도 중단점 표지판을 설
전곡-대광리를 거치는 동안 볼거리가 널렸
가는 길= 최북단 신탄리역까지는 의
‘돌아서야 할 운명의 변방마을 삼거리에
치한 뒤 휴전선에서 불과 4㎞ 떨어져 분단
다. 동두천역을 지나면‘아마겟돈’
‘갤럭
정부역에서 열차가 1시간 간격으로 운
바람이 분다. (중략)．북으로 더 못 가고 그
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시’등 미군부대 주변 이국적 간판이 흥미
행된다. 신탄리역까지는 1시간 20분이
렁거리던 통일호 열차가 잡목숲산을 돌아
롭다. 소요산역에서 내리면 동굴 바위, 원효
걸린다. 매시간 열차가 운행되므로 마음
목장·폭포 등 풍요로운 볼거리
에 드는 역을 콕 찍었다가 잠시 둘러본
남으로 간다.’-이돈희‘신탄리’
에서-
폭포를 둘러볼 수 있다.
뒤 다음 열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도 재
의정부에서 경원선 종착역인 신탄리역
선사유적지로 유명한 전곡역은 젊은 연
미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3번 국도
까지 57.6㎞．원산까지는 131.7㎞．허리가
아픈 상처를 뒤로하고 신탄리역에는 사
인들이 많이 찾는다. 기차가 전곡역을 출발
로 진입한 뒤 의정부 동두천을 지나 연
잘려 나간 철도는 묵묵부답이다．
람 내음이 난다. 5년 전만 해도‘추억으로
하면 연천평야가 펼쳐진다. 연천역 인근 재
천군에 도착한다.
신탄리역은 한적하다. 임진각이나 통일
가는 사랑의 영화열차’
가 운행됐다. 역 앞
인폭포 역시 비경을 담고 있다. 곳곳에 늘어
둘러볼 곳, 묵을 곳= 신탄리역에 도착
하면 인근 차탄천에 발을 담근 뒤 걸어
전망대가 분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플랫
포장마차에서는 튀김, 번데기, 소라를 판다.
선 젖소 목장도 늦가을에 열차 여행의 배경
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고대산을 올라보
폼에 걸터앉아 마지막 가을햇살의 감미로
10년 동안 분식집을 했다는 한 아주머니는
이 된다. 신탄리로 향하는 경원선 여행은 그
는 게 좋다. 고대산 정상에서 북녘 땅을
움을 즐긴다. 신탄리역 역무원은“하루 50
토실토실한 오징어 튀김에 꽈배기를 내놓
래서 더욱 풍요롭다．
조망할 수 있다. 인적이 뜸해 가족단위
명 정도가 이곳 신탄리역을 찾는다”
고 전한
는다. 마을에는 면회객들을 위한 빛바랜 여
｜고선영(여행 칼럼니스트)
휴식처로 권할 만하다. 녹슨 기차 잔해
다．
“로맨스를 즐기기에 좋은 곳인데 연인
가 실제 남아 있는 월정역까지는 접근
이 금지돼 있다. 신탄리역에는 숙박시설
들의 발길이 뜸한 이유를 모르겠다”
고 웃는
이 부족하다. 모텔 등 안락한 공간은 없
다. 역사를 빠져나가는 한 아주머니는 군대
다. 민박을 이용하거나 다시 기차를 타
간 아들에게 첫 면회를 가는 듯 발을 종종거
고 연천으로 빠져나가야 된다.
린다. 나머지 관광객은 늦가을 산행을 위해
인근 고대산(832m)을 찾는 사람들이다. 고
대산에 오르면 백마고지와 철원평야가 펼
쳐진다．
역을 벗어나 녹슨 철길을 따라 북으로 걷
는다. 200m가 안 돼 철길이 검붉어지더니
팻말이 발길을 막는다. ‘철마는 달리고 싶
먹을거리= 역주변에 산행객들을 위한
다.’깜박거리는 신호등 뒤로 정지 표시판
4∼5개 식당이 모여 있다. 이곳 백반집에
이 있을 뿐 철로가 잘려 나갔다．
서 내놓는 순두부보리밥과 된장찌개가
신탄리역 인근 주민들은 예전부터 숯을
먹을 만한다. 두부를 프라이팬에 살짝
가공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철도가 부설된
구운 모두부도 입맛을 돋우는 데 좋다.
이후로 숯가공이 더욱 번창했다. ‘신탄(新
14페이지 본문끝
메뉴
현재 포커스의 아래내용들은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페이지넘김 효과및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페이지이므로 스크린리더 사용자는 여기까지만 낭독하시고 위의 페이지이동 링크를 사용하여 다음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