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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8일 제405호
안성 5일장에는 따끈따끈한 추억이 묻어 난다. 흥정을 하며 건
추억 숨쉬는‘안성 5일장’
네는 훈훈한 덤이며 장돌뱅이들의 거친 고함소리들이 겨울의 문턱
을 더욱 훈훈하게 만든다. 2·7일마다 열리는 안성장은 조선시대부터 전주, 대구의 장과 함께 3대 장으로 손꼽
혔을 만큼 규모가 컸다. 안성이 서울로 들어가는 관문인데다 질 좋은 유기와 가죽 꽃신으로 이름난 고장이었기
에 전국 각지의 장돌림이 한 번씩은 다 들렀다. ‘한양장보다 한두 가지는 더
있다’고 자랑할 만큼 물건이 많고 싸기로 유명했던 장터가 바로 안성장이었다.
빼곡~한 좌판
사람냄새 폴폴
뜨거운 순댓국밥 한 그릇 먹겠다는 생각
안성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 자리한 장터
엔 5만원도 벌지”하고 넉넉한 웃음을 짓는
죽는다”
고 원망했다. 할인점에서 원체 싸게
에 군침을 삼키며 찾은 안성 5일장. 그때만
는‘Y’
자 모양으로 생겼다. 약 200m에 걸쳐
물건을 팔다 보니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큼은 아니겠지만 아직도 추억 속의 장터 모
장이 들어선다. 외장꾼(외지에서 온 상인)은
장터 입구에는 어느새‘뽕짝’
과 요란한
데다 요즘 젊은 사람은 말끔히 손질된 것만
습이 많이 남아 있다. 직접 담근 고추장과
장터 골목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
가위질 소리로 무장한 엿장수가 등장했다.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장터 물건은 쳐다보
된장을 파는 가내수공업형 할머니들은 시
큰 공간이 아니기에 어물전, 채소전, 육전
슬슬 몸을 풀던 엿장수가 갑자기 윗옷을 벗
지도 않는단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따뜻
장의 입구와 끝,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
등의 구분은 없다. 노란 양은냄비 파는 좌
는다. 구경꾼들이 갑자기“와~”하고 웃어
해서 장을 보러 나온 사람이 많은 편이란다.
다. 어레미와 홍두깨, 촘촘히 잘 엮은 키 같
판, 그 옆에 생선 좌판, 또 그 옆에 곡물 좌판
젖힌 건 그때였다. 잔뜩‘뽕’
을 넣어 부풀린
울상 짓는 상인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벌
은 시골 어른들이나 쓸 것 같은 생활도구를
이 있는 식이다.
브래지어에 쫄쫄이 티셔츠 그리고 빨간 치
써 겨울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한다. 여
파는 상인도 있고, 또 5,000원 하는 스판 청
마 차림이다. 비록 겨드랑이의 수북한 털은
기저기서“떨이요, 떨이”
를외치는상인의목
빨간치마 엿장수 웃음바다
바지며, 요란한 무늬의 티셔츠, 삼중 보온
감추지 못했지만, 완벽하게 여장을 한 엿장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채 팔지 못한 물건들
메리야스를 파는 곳도 있다.
수는 빨간 입술에 뺨까지 붉게 칠한 얼굴로
을 보따리에 챙기는 사람들과, 군불에 손을
팔딱팔딱 튀는 민물새우, 껍데기 깐 다슬
집에서 쑤어 온 도토리묵을 파는 아줌마
천연덕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녹이며마지막흥정을하는사람들이뒤엉키
기, 피라미 따위를 파는 어물
는“한 번 묵어봐”하면서 묵 한 조각을 뚝
한바탕 엿 가위질이 장터 사람의 혼을 쏙
며5일장의하루해는아쉽게저물어간다.
전 상인도 보인다. 여기에 어
떼어 입에 넣어준다. 말캉말캉 부드러운 도
빼놓더니 이번엔‘가수’
가 등장한다. 어깨
｜고선영(여행 칼럼니스트)
슬렁거리며 생선 대가리 한
토리묵은 씹을 새도 없이‘쏙’목으로 넘어
에는 신곡 제목을 써넣은 띠를 둘렀다. 빨간
점 주워 먹으려는 누렁이와
간다. 3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안성
양복을 입은 가수는 마이크를 잡고 새로 나
엄마 손 붙잡고 장터 구경 나
장에 출근 도장을 찍은 이 여인은 난전에서
온 자신의 곡이라며 간들간들한 목소리로
온 코흘리개도 장날 풍경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사남매를 모두 시집 장가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는 2집까지 발
여행 팁
빼놓을 수 없다.
보냈다. 하루에 보통 얼마나 파느냐는 질문
표한 어엿한 중견 가수다. 시장에서 노래한
에“2만원도 좋고,
지는 3년째. 왜 하필 장터냐는 질문에 그는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안성IC에서
3만원도 좋아.
“서민과 함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서”
라고
빠져나와 우회전. 38번 국도를 따라 시
2·7일마다 열리는 안성 5
일장은 전주, 대구와 더불
많이 파는 날
대답한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곁에는 열심
내로 진입한 후 시외버스터미널을 찾
어 3대장으로 손꼽혔다.
아간다. 터미널 건너편에 저렴한 가격
히 전단지를 나누어주며 신씨의 노래가 담
의 공용주차장이 있다. 3시간에 5,000원
긴테이프를파는‘매니저’
가동행한다.
정도. 안성시 관광정보센터(673-0824)
대형마트에 치여 장사 뚝
먹을거리
시청에서 추천하는 4군데
의 안성쌀밥집에서 제대로 된 쌀밥정
식을 맛볼 수 있는데 죽산면 당부리의
난전에서 민물고기를 파는 할머니는 장
걸미골(674-1843)의 쌀밥정식이 맛이
사가 예전 같지 않다며 푸념이다. 그녀는 장
좋다. 안성국밥(674-9494)도 옛날 장터
터 한가운데 들어선 대형 마트를 가리키며
국밥 맛을 재현하고 있다.
“저런 것들 때문에 우리 같은 장사치가 다
2006년 12월 8일 제405호
안성 5일장에는 따끈따끈한 추억이 묻어 난다. 흥정을 하며 건
추억 숨쉬는‘안성 5일장’
네는 훈훈한 덤이며 장돌뱅이들의 거친 고함소리들이 겨울의 문턱
을 더욱 훈훈하게 만든다. 2·7일마다 열리는 안성장은 조선시대부터 전주, 대구의 장과 함께 3대 장으로 손꼽
혔을 만큼 규모가 컸다. 안성이 서울로 들어가는 관문인데다 질 좋은 유기와 가죽 꽃신으로 이름난 고장이었기
에 전국 각지의 장돌림이 한 번씩은 다 들렀다. ‘한양장보다 한두 가지는 더
있다’고 자랑할 만큼 물건이 많고 싸기로 유명했던 장터가 바로 안성장이었다.
빼곡~한 좌판
사람냄새 폴폴
뜨거운 순댓국밥 한 그릇 먹겠다는 생각
안성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 자리한 장터
엔 5만원도 벌지”하고 넉넉한 웃음을 짓는
죽는다”
고 원망했다. 할인점에서 원체 싸게
에 군침을 삼키며 찾은 안성 5일장. 그때만
는‘Y’
자 모양으로 생겼다. 약 200m에 걸쳐
물건을 팔다 보니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큼은 아니겠지만 아직도 추억 속의 장터 모
장이 들어선다. 외장꾼(외지에서 온 상인)은
장터 입구에는 어느새‘뽕짝’
과 요란한
데다 요즘 젊은 사람은 말끔히 손질된 것만
습이 많이 남아 있다. 직접 담근 고추장과
장터 골목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
가위질 소리로 무장한 엿장수가 등장했다.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장터 물건은 쳐다보
된장을 파는 가내수공업형 할머니들은 시
큰 공간이 아니기에 어물전, 채소전, 육전
슬슬 몸을 풀던 엿장수가 갑자기 윗옷을 벗
지도 않는단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따뜻
장의 입구와 끝,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
등의 구분은 없다. 노란 양은냄비 파는 좌
는다. 구경꾼들이 갑자기“와~”하고 웃어
해서 장을 보러 나온 사람이 많은 편이란다.
다. 어레미와 홍두깨, 촘촘히 잘 엮은 키 같
판, 그 옆에 생선 좌판, 또 그 옆에 곡물 좌판
젖힌 건 그때였다. 잔뜩‘뽕’
을 넣어 부풀린
울상 짓는 상인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벌
은 시골 어른들이나 쓸 것 같은 생활도구를
이 있는 식이다.
브래지어에 쫄쫄이 티셔츠 그리고 빨간 치
써 겨울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한다. 여
파는 상인도 있고, 또 5,000원 하는 스판 청
마 차림이다. 비록 겨드랑이의 수북한 털은
기저기서“떨이요, 떨이”
를외치는상인의목
빨간치마 엿장수 웃음바다
바지며, 요란한 무늬의 티셔츠, 삼중 보온
감추지 못했지만, 완벽하게 여장을 한 엿장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채 팔지 못한 물건들
메리야스를 파는 곳도 있다.
수는 빨간 입술에 뺨까지 붉게 칠한 얼굴로
을 보따리에 챙기는 사람들과, 군불에 손을
팔딱팔딱 튀는 민물새우, 껍데기 깐 다슬
집에서 쑤어 온 도토리묵을 파는 아줌마
천연덕스럽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녹이며마지막흥정을하는사람들이뒤엉키
기, 피라미 따위를 파는 어물
는“한 번 묵어봐”하면서 묵 한 조각을 뚝
한바탕 엿 가위질이 장터 사람의 혼을 쏙
며5일장의하루해는아쉽게저물어간다.
전 상인도 보인다. 여기에 어
떼어 입에 넣어준다. 말캉말캉 부드러운 도
빼놓더니 이번엔‘가수’
가 등장한다. 어깨
｜고선영(여행 칼럼니스트)
슬렁거리며 생선 대가리 한
토리묵은 씹을 새도 없이‘쏙’목으로 넘어
에는 신곡 제목을 써넣은 띠를 둘렀다. 빨간
점 주워 먹으려는 누렁이와
간다. 3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안성
양복을 입은 가수는 마이크를 잡고 새로 나
엄마 손 붙잡고 장터 구경 나
장에 출근 도장을 찍은 이 여인은 난전에서
온 자신의 곡이라며 간들간들한 목소리로
온 코흘리개도 장날 풍경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사남매를 모두 시집 장가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는 2집까지 발
여행 팁
빼놓을 수 없다.
보냈다. 하루에 보통 얼마나 파느냐는 질문
표한 어엿한 중견 가수다. 시장에서 노래한
에“2만원도 좋고,
지는 3년째. 왜 하필 장터냐는 질문에 그는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안성IC에서
3만원도 좋아.
“서민과 함께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서”
라고
빠져나와 우회전. 38번 국도를 따라 시
2·7일마다 열리는 안성 5
일장은 전주, 대구와 더불
많이 파는 날
대답한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곁에는 열심
내로 진입한 후 시외버스터미널을 찾
어 3대장으로 손꼽혔다.
아간다. 터미널 건너편에 저렴한 가격
히 전단지를 나누어주며 신씨의 노래가 담
의 공용주차장이 있다. 3시간에 5,000원
긴테이프를파는‘매니저’
가동행한다.
정도. 안성시 관광정보센터(673-0824)
대형마트에 치여 장사 뚝
먹을거리
시청에서 추천하는 4군데
의 안성쌀밥집에서 제대로 된 쌀밥정
식을 맛볼 수 있는데 죽산면 당부리의
난전에서 민물고기를 파는 할머니는 장
걸미골(674-1843)의 쌀밥정식이 맛이
사가 예전 같지 않다며 푸념이다. 그녀는 장
좋다. 안성국밥(674-9494)도 옛날 장터
터 한가운데 들어선 대형 마트를 가리키며
국밥 맛을 재현하고 있다.
“저런 것들 때문에 우리 같은 장사치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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