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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6
2005년 12월23일 제380호
지 않다. 무대공포증이 있는 유씨는“처음에
는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고개도 제대
로 들지 못했다”
면서“매년 조금씩 나아지
지만 마이크 잡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다”
쑥스러워한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은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24일 자정까지 한 명당 두 시간
씩 3회에 걸쳐 모금활동을 한다. 이날 두 시
간 동안 부부가 버틴 것은 비단 추위뿐만이
아니다. 노점상, 걸인들과의 은근한 자리싸
움도 있다. 인근 상점에서는 하루 종일 울리
는 마이크와 종소리가 달가울 리 없다. 손님
유기환-오춘연
구세군 부부
“딸랑~딸랑~”
“연말연시불우한이웃을
도웁시다!”
지난 12월 9일 수원역 앞엔 올 겨울 첫 구
세군이 울려 퍼졌다. 자선냄비에는 어린아
이의 고사리 손부터 삶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어르신의손길이이어졌다.
들 출입구를 막는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걸
수원 구세군 교회의 오춘연(49) 단장, 남
인들은자선냄비때문에수입이적어진다고
편 유기환(52) 부교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투덜대기일쑤.
활동을 위해 거리에 나왔다. 갑작스레 추워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몇 년 전, 자선
진 한파로 꼼짝 않고 서 있기가 쉽지는 않을
냄비 옆에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구걸을
터. 부부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중무장을 했
했다. 평소보다돈이줄어든걸인은욕을퍼
다. 오씨는“양말 두 켤레, 내복 두 개 껴입었
구세군 자선냄비의 유래
“자선냄비로 향하는 손길 볼 땐 마음까지 훈훈”
어요. 이 신발과 장갑은 자선냄비 전용이죠”
인근 상가, 주위 걸인들의 불만 등에도 꿋꿋
라며보기에도두툼한복장을가리킨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
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추운 겨울철 배
거리에 선 부부는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이
의 파선으로 난민들은 추위에 떨며 굶주린 채
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45도 각도를 유지
붓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다른 곳으로 멀
음이뜨거워진다는부부다.
지내야만 했다.
하는오씨. 그에반해유씨는다소어눌한모
쩡히가더란다.
유씨는“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목
이때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Joseph Mcfee) 정위
습이다. 시선이 중간 중간 아래를 향한다. 아
그러나 보람과 뿌듯함이 있기에 부부는
표 금액은 27억원”
이라면서“경제가
가 영국 리버풀 부둣가에 놓여 있던 자선을 위한
내 오씨에 비해 목소리도 작다. 아니나다를
올해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정성어린 손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심슨의 솥’
을 기억해 냈다. 이렇게 시작된 자
선냄비는 현재 111개국에서 모금하고 있
까, 오씨가 구세군 활동한 지는 30년인 반면
길이 자선냄비에 담아질 때마다 체온이 1℃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 모금을 많이
으며 추운 겨울 이웃돕기 운동의
에, 남편 유씨는 이제 5년차다. 천성적으로
씩 높아지는 기분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아
해줬으면좋겠다”
는희망을내비쳤다.
대명사가 되고 있다.
숫기가 없어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결코 쉽
이가 엄마를 대신해 모금할 때면 괜스레 마
｜이영아 인턴기자 poliana@kg21.net
·기
길 잃은 200마리
김광후
유기견 지킴이
오히려 강아지와의‘1개월 시한부 인
그리고는 현재 10개월째 키우고 있는
음 와 모두가 포기했었다. 하지만 점차 회
연’
이라는 운명 앞에서 애견 입양에 더
유기견 한 마리를 소개했다. 펨브룩 웰시
복됨과 동시에 정이 많이 쌓여 현재까지
마음이 간다. 이제 갈 곳 없이 버려진
코기종으로 이름은‘머
같이 지내고 있는 개다. 모든 강아지가 머
유기견까지 돌보는 등 입양이 안 되면
피’
다. 머피는 너무 많
피처럼 함께 생활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안락사 할 수밖에 없는 가엾은 강아지
이 아픈 채 이곳에 처
어쩔수없는상황.
애견보호소 외부전경.
얼마 전엔 한 손님이 찾아와 유기견
“자식 키운다는 마음으로 소중히 여겼으면…”
5마리를 입양해 갔다. 그 손님은 건강한
1개월 시한부 강아지들 입양 없으면 안락사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아담
강아지들은 이곳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
한 애견보호소. 이곳의 강아지들은 예사
지 않느냐며 볼품없는 강아지 5마리
애견카페처럼 호화스럽거나 화려함과는
들에 짧은 기간이나마 애정을 쏟는다.
를 직접 골랐다고 한다. 김씨는
거리가 멀다.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도 없
현재 이곳에는 200여 마리의 유기견들
“예쁘지 않다고 강아지를 버리는
고, 주인의 사랑도 잊혀진 지 오래다. 오로
이 관리되고 있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유
사람도 많은데 따뜻한 마음을 가
지 길 잃은 강아지를 정성껏 관리하는‘강
기견들은 대부분 1~2세이다. 김씨는
진 분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
아지 아빠’김광후씨(41)의 손길뿐이다.
“강아지의 귀여운 시기가 지나거나, 병
말했다.
김씨는 4년 전 출장으로 들른 일본 오
이 들어서 주인으로부터 버려지는 경
“2006년 개의 해를 맞아 강
사카 시내에서 성업 중인 애견 장례식장
우가 대부분이다”
고 말했다.
아지가 아니라 자식 하나 키
을 보고 강아지와 인연을 맺었다. 그것이
운다는 마음으로 동물을 대
유기견 관리와 애견 장례업을 운
계기가 되어 2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했으면 좋겠습니다.”
영하는 김광후씨가 10개월 간 키
2003년 김포에 애견카페를 열었다.
｜권효정 인턴기자
우고 있는 유기견‘머피’
와 함께
처음 애견 장례업을 계획했던 김씨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rnjs84@kg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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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23일 제380호
지 않다. 무대공포증이 있는 유씨는“처음에
는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고개도 제대
로 들지 못했다”
면서“매년 조금씩 나아지
지만 마이크 잡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다”
쑥스러워한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활동은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24일 자정까지 한 명당 두 시간
씩 3회에 걸쳐 모금활동을 한다. 이날 두 시
간 동안 부부가 버틴 것은 비단 추위뿐만이
아니다. 노점상, 걸인들과의 은근한 자리싸
움도 있다. 인근 상점에서는 하루 종일 울리
는 마이크와 종소리가 달가울 리 없다. 손님
유기환-오춘연
구세군 부부
“딸랑~딸랑~”
“연말연시불우한이웃을
도웁시다!”
지난 12월 9일 수원역 앞엔 올 겨울 첫 구
세군이 울려 퍼졌다. 자선냄비에는 어린아
이의 고사리 손부터 삶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어르신의손길이이어졌다.
들 출입구를 막는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걸
수원 구세군 교회의 오춘연(49) 단장, 남
인들은자선냄비때문에수입이적어진다고
편 유기환(52) 부교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투덜대기일쑤.
활동을 위해 거리에 나왔다. 갑작스레 추워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몇 년 전, 자선
진 한파로 꼼짝 않고 서 있기가 쉽지는 않을
냄비 옆에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구걸을
터. 부부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중무장을 했
했다. 평소보다돈이줄어든걸인은욕을퍼
다. 오씨는“양말 두 켤레, 내복 두 개 껴입었
구세군 자선냄비의 유래
“자선냄비로 향하는 손길 볼 땐 마음까지 훈훈”
어요. 이 신발과 장갑은 자선냄비 전용이죠”
인근 상가, 주위 걸인들의 불만 등에도 꿋꿋
라며보기에도두툼한복장을가리킨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1891년 미국 샌프란
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추운 겨울철 배
거리에 선 부부는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이
의 파선으로 난민들은 추위에 떨며 굶주린 채
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45도 각도를 유지
붓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다른 곳으로 멀
음이뜨거워진다는부부다.
지내야만 했다.
하는오씨. 그에반해유씨는다소어눌한모
쩡히가더란다.
유씨는“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목
이때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Joseph Mcfee) 정위
습이다. 시선이 중간 중간 아래를 향한다. 아
그러나 보람과 뿌듯함이 있기에 부부는
표 금액은 27억원”
이라면서“경제가
가 영국 리버풀 부둣가에 놓여 있던 자선을 위한
내 오씨에 비해 목소리도 작다. 아니나다를
올해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다. 정성어린 손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심슨의 솥’
을 기억해 냈다. 이렇게 시작된 자
선냄비는 현재 111개국에서 모금하고 있
까, 오씨가 구세군 활동한 지는 30년인 반면
길이 자선냄비에 담아질 때마다 체온이 1℃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 모금을 많이
으며 추운 겨울 이웃돕기 운동의
에, 남편 유씨는 이제 5년차다. 천성적으로
씩 높아지는 기분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아
해줬으면좋겠다”
는희망을내비쳤다.
대명사가 되고 있다.
숫기가 없어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결코 쉽
이가 엄마를 대신해 모금할 때면 괜스레 마
｜이영아 인턴기자 poliana@kg21.net
·기
길 잃은 200마리
김광후
유기견 지킴이
오히려 강아지와의‘1개월 시한부 인
그리고는 현재 10개월째 키우고 있는
음 와 모두가 포기했었다. 하지만 점차 회
연’
이라는 운명 앞에서 애견 입양에 더
유기견 한 마리를 소개했다. 펨브룩 웰시
복됨과 동시에 정이 많이 쌓여 현재까지
마음이 간다. 이제 갈 곳 없이 버려진
코기종으로 이름은‘머
같이 지내고 있는 개다. 모든 강아지가 머
유기견까지 돌보는 등 입양이 안 되면
피’
다. 머피는 너무 많
피처럼 함께 생활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안락사 할 수밖에 없는 가엾은 강아지
이 아픈 채 이곳에 처
어쩔수없는상황.
애견보호소 외부전경.
얼마 전엔 한 손님이 찾아와 유기견
“자식 키운다는 마음으로 소중히 여겼으면…”
5마리를 입양해 갔다. 그 손님은 건강한
1개월 시한부 강아지들 입양 없으면 안락사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아담
강아지들은 이곳에서 사랑을 받을 수 있
한 애견보호소. 이곳의 강아지들은 예사
지 않느냐며 볼품없는 강아지 5마리
애견카페처럼 호화스럽거나 화려함과는
들에 짧은 기간이나마 애정을 쏟는다.
를 직접 골랐다고 한다. 김씨는
거리가 멀다.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도 없
현재 이곳에는 200여 마리의 유기견들
“예쁘지 않다고 강아지를 버리는
고, 주인의 사랑도 잊혀진 지 오래다. 오로
이 관리되고 있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유
사람도 많은데 따뜻한 마음을 가
지 길 잃은 강아지를 정성껏 관리하는‘강
기견들은 대부분 1~2세이다. 김씨는
진 분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
아지 아빠’김광후씨(41)의 손길뿐이다.
“강아지의 귀여운 시기가 지나거나, 병
말했다.
김씨는 4년 전 출장으로 들른 일본 오
이 들어서 주인으로부터 버려지는 경
“2006년 개의 해를 맞아 강
사카 시내에서 성업 중인 애견 장례식장
우가 대부분이다”
고 말했다.
아지가 아니라 자식 하나 키
을 보고 강아지와 인연을 맺었다. 그것이
운다는 마음으로 동물을 대
유기견 관리와 애견 장례업을 운
계기가 되어 2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했으면 좋겠습니다.”
영하는 김광후씨가 10개월 간 키
2003년 김포에 애견카페를 열었다.
｜권효정 인턴기자
우고 있는 유기견‘머피’
와 함께
처음 애견 장례업을 계획했던 김씨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rnjs84@kg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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