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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男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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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3일 제383호
깊은 산속에서 20년 동안 자라온 잣나
무. 5월 말 작은 열매가 맺는다. 그리고 다
음해 9월이 돼서야 겨우 첫 수확물이 손에
들어온다. 울퉁불퉁 두꺼운 껍질 속에 숨
어 있는 저 반짝거리는 노란 알. 바로‘고
소함’
의 대명사‘잣’
이다. 여기 잣나무와
함께 20년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 박창식
씨(43).
20년 동안 자란 잣나무는 그 키만 30m
를 넘는다. 하필이면 이‘잣’
이란 놈은 그
부럼
초콜릿
대보름
밸런타인데이
높은나무의꼭대기에열매를맺는다. 나이
마흔을 훌쩍넘긴 박씨는 2분만에나무꼭
대기에 훌쩍 오른다. 나무 정상에 두 발로
2월 12일은 우리 고유의 명절 정월 대보름이다. 그리고 이틀 후인 14일은 신
서서 장대로 잣송이를 아래로 떨어뜨린다.
문화로 정착돼 가고 있는 밸런타인데이다. 매년 벌어지는 부럼과 초콜
후두둑 후두둑. 잣송이가 떨어지는 소리를
릿과의 대결. 그 자체의 대결도 대단하지만 잣과 초콜릿에
들으면어김없이웃음부터흘러나온다.
대한각장인의열정도못지않게뜨겁다.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해온 일을
가업으로 물려받아 잣과 씨름하고
｜사진 이민용
있는 박씨. 1987년 시작한 일이 어
느새 딱 20년째 되었다. 농사일
‘초콜릿장인’
김성미씨
중에 어렵지 않은 일은 없겠지만
쇼콜라티에
그 중에서도 잣 농사는 어렵기로
“삼촌이보내주신선물이야.”
수’
라고 판단했다. 그만큼 초콜릿의 진가
어머니는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것이었으
건네주셨다. 그 상자를 채우고 있었던 것
며, 지금이야말로떠나야할적기라고.
은 바로 초콜릿. 그 초콜릿 조각이 입 안에
어렵게 떠난 유학. 2년 동안 하루도 초
들어가는 순간 밀려오던 향과 달콤함. 어
콜릿에서눈을떼지않았다.
린 시절, 그 작은 흥분을 잊지 못하고 초콜
결국 그녀는 대한민국 제1호 초콜릿 장
릿에 인생을 건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나
인‘쇼콜라티에’
가되어당당히돌아왔다.
라최초의‘쇼콜라티에’김성미씨(40)다.
깨, 보리, 고구마 가루까지. 초콜릿을 만
“초콜릿배워오겠습니다.”
드는그녀의 부엌에서 낯선재료들이 발견
｜사진 변미라
IMF가 한창이던 1999년, 김씨는 영국으
된다.
로 가는 가방을 챙겼다. 나이 서른셋, 아이
초콜릿의 본국에 가 초콜릿을 익히고
‘가평잣장인’
박창식씨
와 남편을 남겨두고 떠나는 길. 그녀의 마
온 김씨. 이제는 김씨가 만든 초콜릿을 들
가평잣집
음은더욱강해졌다.
고 유럽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1992년 영국 여행에서 수제 초콜릿을
다. 그때에 대비해 김씨가 만들고 있는 것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일당 22만
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잣의 가공
처음 접한 이후
은 바로‘한국
주부 3년차, 초콜릿 따라 영국으로
원’
이라고 해도 일하려 드는 사람을 찾는
까지도손으로하나하나할수밖에없었다
김씨의‘초콜
식초콜릿’
것은그리쉬운일이아닐정도.
고 한다. 그나마 가공과정은 조금씩 기계
릿 여정’은 시
“초콜릿에
‘한국식 초콜릿’으로 유럽 공략
특히 나무 꼭대기에 열매를 맺기 때문
화되고있는중이란다.
작됐다. 쉬지
인삼만 넣는다
에 열매를 수확하는 일이 가장 골치다. 한
이런박씨도‘잣’
에서손을놓고싶었던
않고 초콜릿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우선
고한국식초콜릿이될까요”
때는 원숭이를 이용한 적도 있다. 그러나
때가 있었다. 싸구려 중국산 잣이 밀려들
은‘제과제빵 자격증’
이 필요하다는 말에
그녀가 주장하는 한국식 초콜릿의 제1
국내에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모두 취득
원칙은 바로초콜릿의 기본을 지키자는 것
원숭이부터 헬기까지 잣따기 전쟁
했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등장했다. 초
이다. 카카오가 뿜어내는 달콤 쌉싸래한
값이 아닌‘질’로 중국산 잣과 대결
콜릿에 관해서는 아직 멀었는데 더 이상
맛은 이어가면서 한국 고유의 맛과 멋을
그녀를가르쳐줄사람이없었다.
첨가한다. 즉 그녀의 승부 포인트는 외국
어 오기 시작했을 때다. 박씨는“중국산 잣
그렇다면 초콜릿의 본국인 영국으로 가
인이이해할수있는한국의맛이다.
이 중국산으로 표기돼 판매된다면 아무런
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 그녀가 유학을 떠
물론 김씨의 한국식 초콜릿은 단순히
문제가 없다”
며“중국산 잣이 당당히 가평
난다고 했을 땐 주위사람 모두 반대했다.
‘맛’
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씨는“유럽에
잣이라고 적혀 팔릴 때마다 억울한 맘을
그러나 그녀는‘반대의 수’
를 곧‘기회의
서초콜릿은 사람들 사이의 가교역할을 한
감출수없다”
고말했다.
다”
며“
‘한국식 초콜릿’
으로 초콜릿 판매
그는결국잣에그가담는정성을조금이
를 넘어 한국의 문화까지 보급하고 싶다”
라도알아주길바라며홈페이지를만들
고밝혔다.
열심히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 원숭이들
었다. 가평잣 및 잣이 가공되기까지의
대한민국 제1호 쇼콜라티에로서 한국
은 열매 딸 생각은 안 하고 몸에 묻은 송진
과정을 모두 공개한 것도 바로 그 이유
의초콜릿문화를이끌어가고있는그녀.
뜯어내는데온정신을쏟았다.
“이미 일본의 고유 재료를 가미한 일본
다음으로 등장한 방법은 헬기를 이용한
대보름을 앞두고 가장 바쁜 나날을
식 초콜릿이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
방법이다. 저공비행하는 헬기에 몸을묶어
보내는 박씨. 그 바쁜 와중에도 가평잣
요. 저도 한국식 초콜릿으로 세계 석권을
잣 따기에 도전했다. 헬기 비용도 문제이
에대한자부심만큼은잊지않는다.
꿈 꿉 니 다 . 언 젠 간 그 들 의 입 에 서
지만 몇 십 년 간 성장해 온 잣나무가 상하
“부스럼에이만한약도없죠. 이번대
‘Wonderful Korea Chocolate!’
라는 소리가
게되어결국포기할수밖에없었다.
보름엔 우리 농산물 많이 드세요. 게다가
나오겠죠!”
그럼에도 박씨는 세상 좋아졌다고 말한
‘잣’
을 향한 저의 뜨거운 열기까지 들어
｜홍지현 hwany003@kg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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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3일 제383호
깊은 산속에서 20년 동안 자라온 잣나
무. 5월 말 작은 열매가 맺는다. 그리고 다
음해 9월이 돼서야 겨우 첫 수확물이 손에
들어온다. 울퉁불퉁 두꺼운 껍질 속에 숨
어 있는 저 반짝거리는 노란 알. 바로‘고
소함’
의 대명사‘잣’
이다. 여기 잣나무와
함께 20년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 박창식
씨(43).
20년 동안 자란 잣나무는 그 키만 30m
를 넘는다. 하필이면 이‘잣’
이란 놈은 그
부럼
초콜릿
대보름
밸런타인데이
높은나무의꼭대기에열매를맺는다. 나이
마흔을 훌쩍넘긴 박씨는 2분만에나무꼭
대기에 훌쩍 오른다. 나무 정상에 두 발로
2월 12일은 우리 고유의 명절 정월 대보름이다. 그리고 이틀 후인 14일은 신
서서 장대로 잣송이를 아래로 떨어뜨린다.
문화로 정착돼 가고 있는 밸런타인데이다. 매년 벌어지는 부럼과 초콜
후두둑 후두둑. 잣송이가 떨어지는 소리를
릿과의 대결. 그 자체의 대결도 대단하지만 잣과 초콜릿에
들으면어김없이웃음부터흘러나온다.
대한각장인의열정도못지않게뜨겁다.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해온 일을
가업으로 물려받아 잣과 씨름하고
｜사진 이민용
있는 박씨. 1987년 시작한 일이 어
느새 딱 20년째 되었다. 농사일
‘초콜릿장인’
김성미씨
중에 어렵지 않은 일은 없겠지만
쇼콜라티에
그 중에서도 잣 농사는 어렵기로
“삼촌이보내주신선물이야.”
수’
라고 판단했다. 그만큼 초콜릿의 진가
어머니는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를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다는 것이었으
건네주셨다. 그 상자를 채우고 있었던 것
며, 지금이야말로떠나야할적기라고.
은 바로 초콜릿. 그 초콜릿 조각이 입 안에
어렵게 떠난 유학. 2년 동안 하루도 초
들어가는 순간 밀려오던 향과 달콤함. 어
콜릿에서눈을떼지않았다.
린 시절, 그 작은 흥분을 잊지 못하고 초콜
결국 그녀는 대한민국 제1호 초콜릿 장
릿에 인생을 건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나
인‘쇼콜라티에’
가되어당당히돌아왔다.
라최초의‘쇼콜라티에’김성미씨(40)다.
깨, 보리, 고구마 가루까지. 초콜릿을 만
“초콜릿배워오겠습니다.”
드는그녀의 부엌에서 낯선재료들이 발견
｜사진 변미라
IMF가 한창이던 1999년, 김씨는 영국으
된다.
로 가는 가방을 챙겼다. 나이 서른셋, 아이
초콜릿의 본국에 가 초콜릿을 익히고
‘가평잣장인’
박창식씨
와 남편을 남겨두고 떠나는 길. 그녀의 마
온 김씨. 이제는 김씨가 만든 초콜릿을 들
가평잣집
음은더욱강해졌다.
고 유럽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1992년 영국 여행에서 수제 초콜릿을
다. 그때에 대비해 김씨가 만들고 있는 것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일당 22만
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잣의 가공
처음 접한 이후
은 바로‘한국
주부 3년차, 초콜릿 따라 영국으로
원’
이라고 해도 일하려 드는 사람을 찾는
까지도손으로하나하나할수밖에없었다
김씨의‘초콜
식초콜릿’
것은그리쉬운일이아닐정도.
고 한다. 그나마 가공과정은 조금씩 기계
릿 여정’은 시
“초콜릿에
‘한국식 초콜릿’으로 유럽 공략
특히 나무 꼭대기에 열매를 맺기 때문
화되고있는중이란다.
작됐다. 쉬지
인삼만 넣는다
에 열매를 수확하는 일이 가장 골치다. 한
이런박씨도‘잣’
에서손을놓고싶었던
않고 초콜릿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우선
고한국식초콜릿이될까요”
때는 원숭이를 이용한 적도 있다. 그러나
때가 있었다. 싸구려 중국산 잣이 밀려들
은‘제과제빵 자격증’
이 필요하다는 말에
그녀가 주장하는 한국식 초콜릿의 제1
국내에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모두 취득
원칙은 바로초콜릿의 기본을 지키자는 것
원숭이부터 헬기까지 잣따기 전쟁
했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등장했다. 초
이다. 카카오가 뿜어내는 달콤 쌉싸래한
값이 아닌‘질’로 중국산 잣과 대결
콜릿에 관해서는 아직 멀었는데 더 이상
맛은 이어가면서 한국 고유의 맛과 멋을
그녀를가르쳐줄사람이없었다.
첨가한다. 즉 그녀의 승부 포인트는 외국
어 오기 시작했을 때다. 박씨는“중국산 잣
그렇다면 초콜릿의 본국인 영국으로 가
인이이해할수있는한국의맛이다.
이 중국산으로 표기돼 판매된다면 아무런
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 그녀가 유학을 떠
물론 김씨의 한국식 초콜릿은 단순히
문제가 없다”
며“중국산 잣이 당당히 가평
난다고 했을 땐 주위사람 모두 반대했다.
‘맛’
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씨는“유럽에
잣이라고 적혀 팔릴 때마다 억울한 맘을
그러나 그녀는‘반대의 수’
를 곧‘기회의
서초콜릿은 사람들 사이의 가교역할을 한
감출수없다”
고말했다.
다”
며“
‘한국식 초콜릿’
으로 초콜릿 판매
그는결국잣에그가담는정성을조금이
를 넘어 한국의 문화까지 보급하고 싶다”
라도알아주길바라며홈페이지를만들
고밝혔다.
열심히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 원숭이들
었다. 가평잣 및 잣이 가공되기까지의
대한민국 제1호 쇼콜라티에로서 한국
은 열매 딸 생각은 안 하고 몸에 묻은 송진
과정을 모두 공개한 것도 바로 그 이유
의초콜릿문화를이끌어가고있는그녀.
뜯어내는데온정신을쏟았다.
“이미 일본의 고유 재료를 가미한 일본
다음으로 등장한 방법은 헬기를 이용한
대보름을 앞두고 가장 바쁜 나날을
식 초콜릿이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
방법이다. 저공비행하는 헬기에 몸을묶어
보내는 박씨. 그 바쁜 와중에도 가평잣
요. 저도 한국식 초콜릿으로 세계 석권을
잣 따기에 도전했다. 헬기 비용도 문제이
에대한자부심만큼은잊지않는다.
꿈 꿉 니 다 . 언 젠 간 그 들 의 입 에 서
지만 몇 십 년 간 성장해 온 잣나무가 상하
“부스럼에이만한약도없죠. 이번대
‘Wonderful Korea Chocolate!’
라는 소리가
게되어결국포기할수밖에없었다.
보름엔 우리 농산물 많이 드세요. 게다가
나오겠죠!”
그럼에도 박씨는 세상 좋아졌다고 말한
‘잣’
을 향한 저의 뜨거운 열기까지 들어
｜홍지현 hwany003@kg21.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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