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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6
2006년 7월 7일 제394호
“멋·운치 깃든 부채
걸어 다니는 예술품”
30년 넘게 부채 외길…금복현 청곡부채연구소 소장
2003년에 개봉된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다 제 손을 거쳐서 만들어졌죠.”
‘스캔들’
은 18세기 말 쇼데를르 드 라클로
도장주문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도장을
의 서간체 소설을 조선시대로 옮겨 영화화
새겨주고 번 돈으로 학용품도 사고 그 당시
한작품이다. 영화에서배용준은한손에부
귀했던 괘종시계까지 샀다고 한다. 끼니조
채를, 또 한 손엔 여인을 품으며“통하였느
차 잇기 힘들었던 집에 복덩이가 들어온 것
냐”
를 감미롭게 속삭인다. 부채는 이처럼
이다.
우리 조상들의 멋과 풍류를 말하는 데 꼭 필
장인들 찾아 기술 배워
요한 작업 도구()였던 것이다. 날씨가 더워
지면서 선풍기와 에어컨을 앞다퉈 찾고 있
지만 부채를 한 번 부치면 살갗에 다가오는
#부채와의만남, 하늘이열리다
자연바람이 인공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금 선생은 1973년부터 표구사를 열어 타
정도로 한층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
고난 손재주를 맘껏 펼쳤다. 화가들 필통을
에서 배용준이 들고 있는 부채를 제작한 금
제작해 주면서 화가들과도 친분을 가졌다.
복현선생(59·광명시노온사동)을만났다.
그때 한 손님이 부채를 가져왔고,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도장 새겨 학용품 구입
“겸재 기학경의 그림이 그려진 부채였는
금복현 청곡부채연구소 소장이 부채 전시실에서 접는 부채인 접선을 들고 전통부채에 대해
데, 손님이 그림만 표구를 해달라는 거예요.
설명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금 소장이 부채에 들어가는 문양을 조각하고 있는 모습.
#타고난손재주, 소년꿈을꾸다
그래서 표구를 해줬더니 부챗살은 놓고 갔
금복현 선생이 처음부터 부채에 관심을
습니다. 그 부챗살을 보니 나무가 단단하면
국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한 부채 130점을
진 부채가 완성됩니다. 어렸을 적 이러한 경
가졌던 것은 아니다. 금 선생은 초등학교
서도 자태가 아름답더군요. 친분이 있던 화
전시했는데, 각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장
험은 아주 중요합니다. 전통이란 후손들이
시절 과수원에 놀러갔
가가 한 번 만들어 보
인으로 나래를 펼치는 순간이었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이어갈 수 있으니까
을 때 우연히 한 할아
라는 말에 부채를 만
요.”
“어린이들 관심에 흐뭇”
버지가 도장 새기는 것
들기 시작했죠.”
금 선생은 밀려드는 외국문화의 유입이
을 보고 따라 하기 시
하지만 부채에 대한
너무나 못마땅하다. 몇 달 동안 밤을 지새우
작했다. 이후 반 친구들
지식이 전혀 없던 금
#옛것은소중한것, 열정, 바람…
며 만든 작품이 중국 공예품으로 잘못 인식
의 도장을‘알바()’로
선생은 나주의 김홍식
금 선생은 실용성보다는 예술품으로서
되는 것은 물론 옛 문헌을 고증해 제작한 작
새기면서 자신의 타고
옹을 찾아 술도 사드
부채를 제작하고 있다. 산수화나 시조 글귀
품이 전통을 재현했음에도 실물에 대한 자
난 손재주를 알게 됐다.
리고 허드렛일을 하면
가 적힌 부채는 예술품으로 멋지게 변신한
료가 없다며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있기 때
“한 번은 교장선생
서 부채 만드는 법을
다. 집 한쪽 벽면에 평범한 그림 대신 아름
문이다.
님이 학교 화단의 회향목이 부러진 것을 보
배웠다고 한다. 또 전국의 장인들을 수소문
다운 부채를 걸어 놓으면 분위기가 한결 달
“부채는 걸어 다니는 예술품입니다. 세
고 범인을 잡았는데 그 녀석이 도장을 새기
해 직접 만나 작업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그
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듯 아름다운 부
상에 어떤 작품이 부채처럼 움직이면서 예
려고 나무를 부러뜨렸다고 말했어요. 전교
리고 드디어 1983년 남산타워(현 N서울타
채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은 냉담하다. 그
술성을 뽐낼 수 있을까요”
생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귀를 붙잡힌 채
워) 전망대 개방 때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
래서 금 선생은 어린이와의 만남을 소중하
수은주가 30℃를 넘으며 무더위가 기승
끌려 나가 엄청나게 혼났죠. 그런데 교실로
었다. 당시 남산타워 개방에 맞춘 대대적인
게 여긴다.
을 부리는 여름, 집에서 사무실에서 공원에
돌아오니 담임선생님이 칭찬을 해주시는
홍보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부채에 관
서 태극무늬나 산수화가 그려진 걸어 다니
거예요. 어린 나이에 대단한 재주를 가졌다
호응에 힘입어 남산타워에서 전량 매입하
해 강연을 많이 다닙니다. 어린이들과는 함
는 예술품으로 더위를 피해보자. 머리는 자
고. 이후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의 도장은
여 영구보존하게 됐다. 또 86아시안게임을
께 부채 만들기 체험을 하는데, 아이들만의
연바람에 맑아지고 눈은 아름다움에 즐겁
앞두고 정부가 아시아 지역 13개국에서 한
눈으로 부채에 그림을 그리면 자기만의 멋
지 않을까
｜김선강 jylee1020@kg21.net
아이와함께
필, 사인펜, 물감 등을 이용해 꾸며야 깔끔
이나 글을 쓴다. 마분지 사이에 나무젓가
부채만들어볼까
하다. 전통의 멋을 살리고 싶을 때는 먹으
락을 끼운 후 그 부분을 한지나 종이로 싼
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면 한층 운
다. 이렇게 해야 약한 손잡이가 견고해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부채를 만들 수 있
치가 있다. 또 태극선 문양을 넣으면 태극
기 때문. 마지막으로 투명 시트지를 앞뒤
다. 문구점에 가면 백지에 손잡이만 달린
선 부채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들기
에 붙이고 가위로 오려내면 세상에 하나
부채를 판다. 이 부채에 산, 물, 하늘을 그
름이나 콩기름을 바른 후 그늘에 말려주
뿐인 나만의 부채 완성. 초등학생 자녀를
려 넣거나 좋은 시 또는 시조 한 구절을 적
면 색이 누렇게 변하면서 튼튼해진다. 한
종이와 나무젓가락으로 부채를 만들
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꼭 한 번 해보는
으면 멋들어진 부채가 만들어진다. 그림
번만 바르지 말고 여러 번 발라야 광택이
수도 있다. 먼저 마분지 2장을 원하는 부
것이 좋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방학숙
을 그릴 때는 연필로 스케치를 한 후 색연
자연스럽다.
채모양으로 자른 다음 그리고 싶은 그림
제에부채만들기는필수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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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7일 제394호
“멋·운치 깃든 부채
걸어 다니는 예술품”
30년 넘게 부채 외길…금복현 청곡부채연구소 소장
2003년에 개봉된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다 제 손을 거쳐서 만들어졌죠.”
‘스캔들’
은 18세기 말 쇼데를르 드 라클로
도장주문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도장을
의 서간체 소설을 조선시대로 옮겨 영화화
새겨주고 번 돈으로 학용품도 사고 그 당시
한작품이다. 영화에서배용준은한손에부
귀했던 괘종시계까지 샀다고 한다. 끼니조
채를, 또 한 손엔 여인을 품으며“통하였느
차 잇기 힘들었던 집에 복덩이가 들어온 것
냐”
를 감미롭게 속삭인다. 부채는 이처럼
이다.
우리 조상들의 멋과 풍류를 말하는 데 꼭 필
장인들 찾아 기술 배워
요한 작업 도구()였던 것이다. 날씨가 더워
지면서 선풍기와 에어컨을 앞다퉈 찾고 있
지만 부채를 한 번 부치면 살갗에 다가오는
#부채와의만남, 하늘이열리다
자연바람이 인공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금 선생은 1973년부터 표구사를 열어 타
정도로 한층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
고난 손재주를 맘껏 펼쳤다. 화가들 필통을
에서 배용준이 들고 있는 부채를 제작한 금
제작해 주면서 화가들과도 친분을 가졌다.
복현선생(59·광명시노온사동)을만났다.
그때 한 손님이 부채를 가져왔고,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도장 새겨 학용품 구입
“겸재 기학경의 그림이 그려진 부채였는
금복현 청곡부채연구소 소장이 부채 전시실에서 접는 부채인 접선을 들고 전통부채에 대해
데, 손님이 그림만 표구를 해달라는 거예요.
설명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금 소장이 부채에 들어가는 문양을 조각하고 있는 모습.
#타고난손재주, 소년꿈을꾸다
그래서 표구를 해줬더니 부챗살은 놓고 갔
금복현 선생이 처음부터 부채에 관심을
습니다. 그 부챗살을 보니 나무가 단단하면
국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한 부채 130점을
진 부채가 완성됩니다. 어렸을 적 이러한 경
가졌던 것은 아니다. 금 선생은 초등학교
서도 자태가 아름답더군요. 친분이 있던 화
전시했는데, 각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장
험은 아주 중요합니다. 전통이란 후손들이
시절 과수원에 놀러갔
가가 한 번 만들어 보
인으로 나래를 펼치는 순간이었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이어갈 수 있으니까
을 때 우연히 한 할아
라는 말에 부채를 만
요.”
“어린이들 관심에 흐뭇”
버지가 도장 새기는 것
들기 시작했죠.”
금 선생은 밀려드는 외국문화의 유입이
을 보고 따라 하기 시
하지만 부채에 대한
너무나 못마땅하다. 몇 달 동안 밤을 지새우
작했다. 이후 반 친구들
지식이 전혀 없던 금
#옛것은소중한것, 열정, 바람…
며 만든 작품이 중국 공예품으로 잘못 인식
의 도장을‘알바()’로
선생은 나주의 김홍식
금 선생은 실용성보다는 예술품으로서
되는 것은 물론 옛 문헌을 고증해 제작한 작
새기면서 자신의 타고
옹을 찾아 술도 사드
부채를 제작하고 있다. 산수화나 시조 글귀
품이 전통을 재현했음에도 실물에 대한 자
난 손재주를 알게 됐다.
리고 허드렛일을 하면
가 적힌 부채는 예술품으로 멋지게 변신한
료가 없다며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있기 때
“한 번은 교장선생
서 부채 만드는 법을
다. 집 한쪽 벽면에 평범한 그림 대신 아름
문이다.
님이 학교 화단의 회향목이 부러진 것을 보
배웠다고 한다. 또 전국의 장인들을 수소문
다운 부채를 걸어 놓으면 분위기가 한결 달
“부채는 걸어 다니는 예술품입니다. 세
고 범인을 잡았는데 그 녀석이 도장을 새기
해 직접 만나 작업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그
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듯 아름다운 부
상에 어떤 작품이 부채처럼 움직이면서 예
려고 나무를 부러뜨렸다고 말했어요. 전교
리고 드디어 1983년 남산타워(현 N서울타
채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은 냉담하다. 그
술성을 뽐낼 수 있을까요”
생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귀를 붙잡힌 채
워) 전망대 개방 때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
래서 금 선생은 어린이와의 만남을 소중하
수은주가 30℃를 넘으며 무더위가 기승
끌려 나가 엄청나게 혼났죠. 그런데 교실로
었다. 당시 남산타워 개방에 맞춘 대대적인
게 여긴다.
을 부리는 여름, 집에서 사무실에서 공원에
돌아오니 담임선생님이 칭찬을 해주시는
홍보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부채에 관
서 태극무늬나 산수화가 그려진 걸어 다니
거예요. 어린 나이에 대단한 재주를 가졌다
호응에 힘입어 남산타워에서 전량 매입하
해 강연을 많이 다닙니다. 어린이들과는 함
는 예술품으로 더위를 피해보자. 머리는 자
고. 이후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의 도장은
여 영구보존하게 됐다. 또 86아시안게임을
께 부채 만들기 체험을 하는데, 아이들만의
연바람에 맑아지고 눈은 아름다움에 즐겁
앞두고 정부가 아시아 지역 13개국에서 한
눈으로 부채에 그림을 그리면 자기만의 멋
지 않을까
｜김선강 jylee1020@kg21.net
아이와함께
필, 사인펜, 물감 등을 이용해 꾸며야 깔끔
이나 글을 쓴다. 마분지 사이에 나무젓가
부채만들어볼까
하다. 전통의 멋을 살리고 싶을 때는 먹으
락을 끼운 후 그 부분을 한지나 종이로 싼
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면 한층 운
다. 이렇게 해야 약한 손잡이가 견고해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부채를 만들 수 있
치가 있다. 또 태극선 문양을 넣으면 태극
기 때문. 마지막으로 투명 시트지를 앞뒤
다. 문구점에 가면 백지에 손잡이만 달린
선 부채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들기
에 붙이고 가위로 오려내면 세상에 하나
부채를 판다. 이 부채에 산, 물, 하늘을 그
름이나 콩기름을 바른 후 그늘에 말려주
뿐인 나만의 부채 완성. 초등학생 자녀를
려 넣거나 좋은 시 또는 시조 한 구절을 적
면 색이 누렇게 변하면서 튼튼해진다. 한
종이와 나무젓가락으로 부채를 만들
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꼭 한 번 해보는
으면 멋들어진 부채가 만들어진다. 그림
번만 바르지 말고 여러 번 발라야 광택이
수도 있다. 먼저 마분지 2장을 원하는 부
것이 좋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방학숙
을 그릴 때는 연필로 스케치를 한 후 색연
자연스럽다.
채모양으로 자른 다음 그리고 싶은 그림
제에부채만들기는필수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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