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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6
2006년 8월 4일 제396호
나는 내 멋대로 아무 쓸모없이 뒹굴던 돌이었고 / 너는 비바람 속에서 썩어 버려진
나무뿌리였지 / 어느 날 이름 모를 사람과 우연히 인연이 되어서 / 너와 내가 만난 하
나가 되어 소중한 작품이 되어 / 진흙 속에 핀 연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구나 /
우리네 인생도 너희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대자연과 그리고 너희들과 우리 인
간이 만나서 / 내일에 꿈과 희망의 보람찬 21세기를 맞자꾸나.
젊은날 문학도를 꿈꿨던 김재선 옹의 시‘우리의 만남’
. 자연사랑과 연륜이 묻어난다.
“말없는 돌에게
정직함 배우지”
남한산성‘돌하르방’김재선 옹
남한산성엔 올해 일흔한 살 잡순‘돌하
다른 산에도 돌탑은 많다. 이는 세월의
르방’
이 산다. 제주도도 아니건만 웬 돌하
부침에 시달려 시름을 잊으려고 돌탑을 쌓
르방
고 어떤 이는 간절히 소원을 빌며 돌탑을
남한산성도립공원을 즐겨 찾는 사람들
쌓았다. 갑돌이는 건넛마을 갑순이와 맺어
에겐 이미‘남한산 사랑’
으로 소문난 김재
달라고 돌탑을 쌓았단다. 이처럼 돌탑엔 죄
선 옹(71)이 바로‘남한산성 돌하르방’되시
다 사연이 있다. 그렇다면 김재선 옹이 돌탑
겠다.
을 쌓은 까닭은
자식 다루듯 돌탑을 어루만지는 김재선 옹의 손길에 따뜻함이 묻어난다. 아래 왼쪽 사진은‘탑
성남 쪽에 입구를 둔 남한산성 유원지 등
김재선 옹이 돌탑을 쌓기 시작한 건 지금
공원’전경, 오른쪽 사진은 백련사 앞 돌탑 모습. 탑 머리가 마치 불상 같다. ｜사진 민원기
산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김재선 옹이
으로부터 9년 전인 1995년 봄부터다. 오랜
쌓아올린 돌탑들이 곳곳에 눈에 들어오기
직장생활을 접고 등산을 시작했다는 김재
큰 돌이 수두룩하다.
당뇨도 없어지고 그렇게도 사랑했던 술과
시작한다. 시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쌓은
선 옹, 성남에 오래 살았고 마침 집도 남한
“나도 이해가 안 돼. 설명하기도 어려워
도 이별하셨다니 더 귀중한 걸 얻은 것은
탑들이 있는‘시민건강탑’
도 있고 수백 개
산성 유원지가 코앞인 은행동이라 자연스
서 누가 물어보면 돌이 날아왔다고 말한다
틀림없다. “난 말이야, 말없이 자기 자리 지
의 탑이 장관을 이룬‘탑공원’
도 있다. 이젠
럽게 남한산을 오르내리게 됐다.
니까. 허허허.”
키는 돌에게 정직함을 배웠어.”
탑을 쌓은 장본인도 몇 개인지 모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깔끔
남한산을 사랑하고, 돌을 사랑하고, 산을
돌탑 쌓기 10년‘다친 적 없어’
르겠다는 이‘탑공원’의 돌
하지 않았지. 등산로에 돌도
찾은 사람을 사랑하는 김재선 옹의 돌탑을
탑만도 어림잡아 200개
많았는데, 몸 불편하신 분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다.
는 족히 되어 보인다.
들이 자주 돌부리에 걸
두 번째는 그 많은 탑을 쌓은 사람의 손
｜박현수 wara@kg21.net
남한산 돌탑을 전부
려 넘어지시지 뭐야.
치곤 너무 고운 손을 가지셨다는 점. 이 점
합치면 거의 1,000개
그래서 돌을 치우게
에 대해서도 역시 김재선 옹은“그러게 말
는 되지 않을까 싶다.
됐지. 그러다 탑을 쌓
이야. 원래 못 하나 박을 줄 모르는 사람이
조금 더 발길을 재
게 된 거야.”
었는데 돌탑 쌓으면서 손에 피 한 번 맺힌
촉해 산을 오르니 그
돌을 치우다 보니 재
적이 없다네”
라고 해명()했다. 아무래도 남
이름도 거창한‘통일기
밌는 모양의 돌이 눈에
한산 산신이 김재선 옹에게만 돌탑 쌓기를
원탑’
이 있다. 거의 백 개는
띄고, 점점 돌에 심취하게 됐
허하신 모양이다.
되는 탑들이 저마다‘평화통일’
다는 말씀. 여기저기 뒹굴던 돌이
김재선 옹에게 남한산은 이제‘직장’
을 기원하고 있고, 가장 큰 탑엔‘평화통일’
김재선 옹의 부르심에 하나의‘의미’
가 된
란다. 매일 아침 6시면 출근해서 오후 5시
이란 글자가 커다랗게 박혀 있다. 탑 꼭대기
순간이라 하겠다. 남한산의 돌탑은 그리 큰
에 퇴근한다고. 그래서 간혹 김재선 옹을 두
엔 마치 한반도 모양을 한 돌이 자리하고
게 없다. 김재선 옹 왈.
“기껏 쌓았는데 속에
고‘관리소 직원’
이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있어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다시금 우리의
들어간 놈은 빛을 못 보잖아.”
고 한다. 그러나 김재선 옹이 돌탑을 쌓아
소원이‘통일’
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남한산 돌탑을 가만히 보면 김재선 옹의
받은 보상이라곤 두 번의 표창에 딸린 시계
재치가 돋보인다. 탑의 모양새도 그렇고 탑
두 개가 전부란다. 하지만 돌탑을 쌓으면서
산 지키고 건강 얻고‘지화자’
꼭대기에 올려놓은 돌 모양도 하나같이 재
밌고 뜻이 담겼다고. 어떤 돌은 연꽃을 품었
이게 다가 아니다. 산길 곳곳에 크고 작
고, 어떤 돌은 아이들 벙어리장갑을 닮았다.
모니터 통신
395호를 읽고
가족 여행 유용한 정보
은 돌탑은 물론이고, 소원을 빌고 가라고 옛
코끼리, 거북이, 물개를 닮은 돌 위에선 다
서낭당 자리에 쌓은‘소원탑’
, 백련사 근처
람쥐가 뛰어놀고 남들이야 잘 알아보지 못
<11면> 당일 코스의 알찬 가족 여행
다양한 프로그램 확대
에 쌓아 성불을 기원한‘백련탑’
도 있다. 광
하지만 갑돌이와 갑순이도 어엿한‘커플
소개가 유용했다. 아이들에게는 체험의
주 쪽 동문 밖 큰골엔‘남한산성 탑공원’
탑’
으로 다정함을 과시한다. 아이들에겐 산
<5면> 장애·비장애 청소년과 함께
시간을, 가족들에게는 부담 없이 하루
또 있다. 남한산성도립공원 안에 있는 돌탑
교육이 따로 없다.
하는 문화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를 보낼 수 있는 장소인 것 같다. 가는
이란 돌탑은 모조리 김재선 옹의 작품이라
김재선 옹에겐 불가사의한 점이 몇 가지
것 같아 아쉽다. 앞으로 장애·비장애
길에 대한 안내와 함께 통행료 등의 상
고 해도 무방하다. 이쯤 되면‘남한산성 돌
있다. 첫째는 그 무거운 돌을 어떻게 혼자
인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 더욱 유용한 기
하르방’
이라 해도 차고 넘치는 표현은 아니
전부 옮겼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돌탑을
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였다.
｜이난숙
｜강혜령
리라.
보면 혼자서는 도저히 들 수 없을 것같이
6
2006년 8월 4일 제396호
나는 내 멋대로 아무 쓸모없이 뒹굴던 돌이었고 / 너는 비바람 속에서 썩어 버려진
나무뿌리였지 / 어느 날 이름 모를 사람과 우연히 인연이 되어서 / 너와 내가 만난 하
나가 되어 소중한 작품이 되어 / 진흙 속에 핀 연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구나 /
우리네 인생도 너희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대자연과 그리고 너희들과 우리 인
간이 만나서 / 내일에 꿈과 희망의 보람찬 21세기를 맞자꾸나.
젊은날 문학도를 꿈꿨던 김재선 옹의 시‘우리의 만남’
. 자연사랑과 연륜이 묻어난다.
“말없는 돌에게
정직함 배우지”
남한산성‘돌하르방’김재선 옹
남한산성엔 올해 일흔한 살 잡순‘돌하
다른 산에도 돌탑은 많다. 이는 세월의
르방’
이 산다. 제주도도 아니건만 웬 돌하
부침에 시달려 시름을 잊으려고 돌탑을 쌓
르방
고 어떤 이는 간절히 소원을 빌며 돌탑을
남한산성도립공원을 즐겨 찾는 사람들
쌓았다. 갑돌이는 건넛마을 갑순이와 맺어
에겐 이미‘남한산 사랑’
으로 소문난 김재
달라고 돌탑을 쌓았단다. 이처럼 돌탑엔 죄
선 옹(71)이 바로‘남한산성 돌하르방’되시
다 사연이 있다. 그렇다면 김재선 옹이 돌탑
겠다.
을 쌓은 까닭은
자식 다루듯 돌탑을 어루만지는 김재선 옹의 손길에 따뜻함이 묻어난다. 아래 왼쪽 사진은‘탑
성남 쪽에 입구를 둔 남한산성 유원지 등
김재선 옹이 돌탑을 쌓기 시작한 건 지금
공원’전경, 오른쪽 사진은 백련사 앞 돌탑 모습. 탑 머리가 마치 불상 같다. ｜사진 민원기
산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김재선 옹이
으로부터 9년 전인 1995년 봄부터다. 오랜
쌓아올린 돌탑들이 곳곳에 눈에 들어오기
직장생활을 접고 등산을 시작했다는 김재
큰 돌이 수두룩하다.
당뇨도 없어지고 그렇게도 사랑했던 술과
시작한다. 시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쌓은
선 옹, 성남에 오래 살았고 마침 집도 남한
“나도 이해가 안 돼. 설명하기도 어려워
도 이별하셨다니 더 귀중한 걸 얻은 것은
탑들이 있는‘시민건강탑’
도 있고 수백 개
산성 유원지가 코앞인 은행동이라 자연스
서 누가 물어보면 돌이 날아왔다고 말한다
틀림없다. “난 말이야, 말없이 자기 자리 지
의 탑이 장관을 이룬‘탑공원’
도 있다. 이젠
럽게 남한산을 오르내리게 됐다.
니까. 허허허.”
키는 돌에게 정직함을 배웠어.”
탑을 쌓은 장본인도 몇 개인지 모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깔끔
남한산을 사랑하고, 돌을 사랑하고, 산을
돌탑 쌓기 10년‘다친 적 없어’
르겠다는 이‘탑공원’의 돌
하지 않았지. 등산로에 돌도
찾은 사람을 사랑하는 김재선 옹의 돌탑을
탑만도 어림잡아 200개
많았는데, 몸 불편하신 분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다.
는 족히 되어 보인다.
들이 자주 돌부리에 걸
두 번째는 그 많은 탑을 쌓은 사람의 손
｜박현수 wara@kg21.net
남한산 돌탑을 전부
려 넘어지시지 뭐야.
치곤 너무 고운 손을 가지셨다는 점. 이 점
합치면 거의 1,000개
그래서 돌을 치우게
에 대해서도 역시 김재선 옹은“그러게 말
는 되지 않을까 싶다.
됐지. 그러다 탑을 쌓
이야. 원래 못 하나 박을 줄 모르는 사람이
조금 더 발길을 재
게 된 거야.”
었는데 돌탑 쌓으면서 손에 피 한 번 맺힌
촉해 산을 오르니 그
돌을 치우다 보니 재
적이 없다네”
라고 해명()했다. 아무래도 남
이름도 거창한‘통일기
밌는 모양의 돌이 눈에
한산 산신이 김재선 옹에게만 돌탑 쌓기를
원탑’
이 있다. 거의 백 개는
띄고, 점점 돌에 심취하게 됐
허하신 모양이다.
되는 탑들이 저마다‘평화통일’
다는 말씀. 여기저기 뒹굴던 돌이
김재선 옹에게 남한산은 이제‘직장’
을 기원하고 있고, 가장 큰 탑엔‘평화통일’
김재선 옹의 부르심에 하나의‘의미’
가 된
란다. 매일 아침 6시면 출근해서 오후 5시
이란 글자가 커다랗게 박혀 있다. 탑 꼭대기
순간이라 하겠다. 남한산의 돌탑은 그리 큰
에 퇴근한다고. 그래서 간혹 김재선 옹을 두
엔 마치 한반도 모양을 한 돌이 자리하고
게 없다. 김재선 옹 왈.
“기껏 쌓았는데 속에
고‘관리소 직원’
이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있어 오가는 등산객들에게 다시금 우리의
들어간 놈은 빛을 못 보잖아.”
고 한다. 그러나 김재선 옹이 돌탑을 쌓아
소원이‘통일’
임을 환기시키고 있다.
남한산 돌탑을 가만히 보면 김재선 옹의
받은 보상이라곤 두 번의 표창에 딸린 시계
재치가 돋보인다. 탑의 모양새도 그렇고 탑
두 개가 전부란다. 하지만 돌탑을 쌓으면서
산 지키고 건강 얻고‘지화자’
꼭대기에 올려놓은 돌 모양도 하나같이 재
밌고 뜻이 담겼다고. 어떤 돌은 연꽃을 품었
이게 다가 아니다. 산길 곳곳에 크고 작
고, 어떤 돌은 아이들 벙어리장갑을 닮았다.
모니터 통신
395호를 읽고
가족 여행 유용한 정보
은 돌탑은 물론이고, 소원을 빌고 가라고 옛
코끼리, 거북이, 물개를 닮은 돌 위에선 다
서낭당 자리에 쌓은‘소원탑’
, 백련사 근처
람쥐가 뛰어놀고 남들이야 잘 알아보지 못
<11면> 당일 코스의 알찬 가족 여행
다양한 프로그램 확대
에 쌓아 성불을 기원한‘백련탑’
도 있다. 광
하지만 갑돌이와 갑순이도 어엿한‘커플
소개가 유용했다. 아이들에게는 체험의
주 쪽 동문 밖 큰골엔‘남한산성 탑공원’
탑’
으로 다정함을 과시한다. 아이들에겐 산
<5면> 장애·비장애 청소년과 함께
시간을, 가족들에게는 부담 없이 하루
또 있다. 남한산성도립공원 안에 있는 돌탑
교육이 따로 없다.
하는 문화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를 보낼 수 있는 장소인 것 같다. 가는
이란 돌탑은 모조리 김재선 옹의 작품이라
김재선 옹에겐 불가사의한 점이 몇 가지
것 같아 아쉽다. 앞으로 장애·비장애
길에 대한 안내와 함께 통행료 등의 상
고 해도 무방하다. 이쯤 되면‘남한산성 돌
있다. 첫째는 그 무거운 돌을 어떻게 혼자
인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 더욱 유용한 기
하르방’
이라 해도 차고 넘치는 표현은 아니
전부 옮겼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돌탑을
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였다.
｜이난숙
｜강혜령
리라.
보면 혼자서는 도저히 들 수 없을 것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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