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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Letter
도시의 窓 으로서의 공공미술_독일 뮌스터
Gyeonggido & Public design
03
02
Gyeonggido & Public design
10년의 한 번이라는 말은 무엇이든 급히 서둘러 완성하는 한국의 전형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있기 어려
도시의 窓 으로서의 공공미술
운 전시행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적지 않은 예산으로 공공미술 이라는 이름아래 예술 작품들을 우리
도시 곳곳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들이 최근 부쩍 눈에 띠게 늘고는 있지만 그 준비기간과 제작기간은 짧은
독일 뮌스터
경우엔 3-4 개월 정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뮌스터는 내게 있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도시였다.
03
‘10년에 한번씩 열리는 미술 전시가 있다고?’
뮌스터의 도시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작품들은 마치 도시와 한 몸이 되어 있는 듯이 느껴졌다. 방문
올해 6월 독일의 베스트팔렌 주의 작은 도시 뮌스터에서는 도시전체를 전시장으로 하는 공공미술전시의
두 번째 날이었던가..., 그날도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려고 안내를 받으며 일행과 지도를 들고 숙제
시조쯤 되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라는 전시가 열렸다. 오픈행사에 다녀온 사람들의 의견은 좀 분분했다.
라도 하듯 바삐 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비에 마침 아랫길 다리 밑에 서있으려니 어디선가 노래가
시시했다는 사람들도 있고 십년이나 준비했는데 겨우 그거냐는 사람들도 있었고, 작품을 지도를 들고 찾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반주 없이 젊은 여자가 흥얼거리며 부르는 낯익은 노래가 아름답게 다리 밑에
다니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들이 오히려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수잔 필립스
라는 작가의 작품이었다. 작품 이라봐야 고작 다리 밑에
Susan Philipsz
달아 놓은 스피커가 전부였긴 했지만 작가가 직접 부른 오펜바하의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그
소박한 노래 소리는 비오는 호숫가에서 나로 하여금 걸음을 멈추고 조각품이 아닌 흔들리는 호수의
강물을, 그리고 비구름 머금은 하늘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그 때 비로소 나는 뮌스터가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04
논의된 지 30년 만에 완성된 부르스 나우먼
이라는 작가의 철학적인 명제를 가진 가운데가
Bruce Nauman
아래로 행한 콩크리트 스퀘어 라든가 나무 틈새로 지나가서 바라보는 호수풍경을 보여 주는 로즈마리
트로켈Rosemarie Trokel과 같은 뮌스터의 공공장소의 예술작품들은‘나를 봐주세요’
가 아니라‘나를
너머 당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듯이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저마다 다르다. 오죽하면 칸트는 미술에
대한 판단을 따로 분리해서 취미판단 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겠는가. 그렇다면‘도시’
와‘미술’
이 만났을
때 여기에는 정답이 있다고 말하긴 참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사람들’
까지 덧붙여 진다면 더
더욱 난감해 질 것이다.
나는 공공미술이라는 말을 도시에 설치된 모든 예술작품에 붙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방이
막힌 건물 과 같은 도시 속에서 우리가 평소에 잊고 사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랑스런 마음을 보여 주는
창(窓)이 되어주는 예술작품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도시에 초대하고 싶은 바람직한 공공미술작품
중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안 성 희
설치미술작가, 홍익대학교 강사
01. 로즈마리 트로켈 작품과 그 작품 사이로 보이는 호숫가 건너편 풍경
02. 로즈마리 트로켈의 작품 모습
03. 부르스 나우먼의 작품위로 사람들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
04. 수잔 필립스의 노래가 나오는 스피커가 설치된 다리 모습
02
01
도시의 窓 으로서의 공공미술_독일 뮌스터
Gyeonggido & Public design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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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gido & Public design
10년의 한 번이라는 말은 무엇이든 급히 서둘러 완성하는 한국의 전형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있기 어려
도시의 窓 으로서의 공공미술
운 전시행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적지 않은 예산으로 공공미술 이라는 이름아래 예술 작품들을 우리
도시 곳곳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들이 최근 부쩍 눈에 띠게 늘고는 있지만 그 준비기간과 제작기간은 짧은
독일 뮌스터
경우엔 3-4 개월 정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뮌스터는 내게 있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도시였다.
03
‘10년에 한번씩 열리는 미술 전시가 있다고?’
뮌스터의 도시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작품들은 마치 도시와 한 몸이 되어 있는 듯이 느껴졌다. 방문
올해 6월 독일의 베스트팔렌 주의 작은 도시 뮌스터에서는 도시전체를 전시장으로 하는 공공미술전시의
두 번째 날이었던가..., 그날도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려고 안내를 받으며 일행과 지도를 들고 숙제
시조쯤 되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라는 전시가 열렸다. 오픈행사에 다녀온 사람들의 의견은 좀 분분했다.
라도 하듯 바삐 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비에 마침 아랫길 다리 밑에 서있으려니 어디선가 노래가
시시했다는 사람들도 있고 십년이나 준비했는데 겨우 그거냐는 사람들도 있었고, 작품을 지도를 들고 찾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반주 없이 젊은 여자가 흥얼거리며 부르는 낯익은 노래가 아름답게 다리 밑에
다니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들이 오히려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수잔 필립스
라는 작가의 작품이었다. 작품 이라봐야 고작 다리 밑에
Susan Philipsz
달아 놓은 스피커가 전부였긴 했지만 작가가 직접 부른 오펜바하의 호프만의 이야기에 나오는 그
소박한 노래 소리는 비오는 호숫가에서 나로 하여금 걸음을 멈추고 조각품이 아닌 흔들리는 호수의
강물을, 그리고 비구름 머금은 하늘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그 때 비로소 나는 뮌스터가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04
논의된 지 30년 만에 완성된 부르스 나우먼
이라는 작가의 철학적인 명제를 가진 가운데가
Bruce Nauman
아래로 행한 콩크리트 스퀘어 라든가 나무 틈새로 지나가서 바라보는 호수풍경을 보여 주는 로즈마리
트로켈Rosemarie Trokel과 같은 뮌스터의 공공장소의 예술작품들은‘나를 봐주세요’
가 아니라‘나를
너머 당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듯이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저마다 다르다. 오죽하면 칸트는 미술에
대한 판단을 따로 분리해서 취미판단 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겠는가. 그렇다면‘도시’
와‘미술’
이 만났을
때 여기에는 정답이 있다고 말하긴 참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사람들’
까지 덧붙여 진다면 더
더욱 난감해 질 것이다.
나는 공공미술이라는 말을 도시에 설치된 모든 예술작품에 붙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방이
막힌 건물 과 같은 도시 속에서 우리가 평소에 잊고 사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랑스런 마음을 보여 주는
창(窓)이 되어주는 예술작품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도시에 초대하고 싶은 바람직한 공공미술작품
중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안 성 희
설치미술작가, 홍익대학교 강사
01. 로즈마리 트로켈 작품과 그 작품 사이로 보이는 호숫가 건너편 풍경
02. 로즈마리 트로켈의 작품 모습
03. 부르스 나우먼의 작품위로 사람들이 걸어 들어가고 있다.
04. 수잔 필립스의 노래가 나오는 스피커가 설치된 다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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