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페이지
5페이지 본문시작
5
｜제430호｜ 2007년 11월 23일
수원 나혜석거리
나혜석, 문화의 거리에 영원히 살다
백승대 도의원이 본 시인 기형도
노오란 은행잎이 하르르 떨어져 내리
으로 조명기둥이 세워져 있고, 샛노란
는 가을 길을 따라 경기도 수원 나혜석거
작은 국화꽃이 담긴 화분들이 놓여 있
죽음에서 부활하는 실존의 덧없음
리로 가 보자. 이곳은 한국 최초의 여류
어 쌉싸래한 국화향이 코앞에 머문다.
서양화가로 근대 미술사에 커다란 발자
여름날이면 어린이, 어른 모두가 즐겁
취를 남긴 정월(晶月) 나혜석 선생
게 물장난을 하는 바닥분수가 있다.
을 하직한 시인의 불우한 운명이 자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1896~1948)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기 위
화려하지 않고 친근감이 가는 나혜
아내는 애통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하
해 만들어진 도심 속의 문화공간으로 사
석의 동상이 두 곳에 있는데 한복을 입
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시 속에서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람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문화거리다.
고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과
빈번히 발견되는 죽음과 쇠락의 이미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화려한 인공의 불빛들이 즐비한 건
화구를 든 서양화가의 모습은 대조를
지들은 다른 한편으로 그의 시 읽기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
물들 속을 걷다가 잠시 발길을 돌려 이
이룬다. 소나무 모양처럼 갈라진 석벽
를 규정짓고 있는 것이다.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곳에 들러보면 도시의 밤거리가 결코
앞 검은띠에 나혜석의 일대기가 적혀
기형도의 시는 그가 살아왔던 어려
삭막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있다. 빠알간 단풍과 느티나무의 노릇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운 시절의 삶의 흔적들을 비교적 가
어둠의 먹물가루가 내려앉는 금요일
푸릇한 이파리들이 우우 갈바람 소리에
식없이 보여준다.
잘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
의 저녁 무렵, 나혜석거리에선 싱그러
후두둑 날리는 나혜석거리의 저녁 풍경
이 어려움이란 유년시절 아버지의
들아
운 노랫소리가 밤하늘 멀리 퍼져 나갔
은 도심 속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문화
사업실패와 병환으로 인한 가난, 어머
다. 중앙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들려
의 쉼터이다. 온기를 품어내는 주황불
니를 비롯한 나머지 전가족의 생업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오는 소리였다. ‘2007 나혜석거리 축제
빛의 가로등과‘그대 사랑하는 난 행복
선으로의 진출, 어린시절 목격한 누이
잠그네
한마당’
이 펼쳐진 것. 풍성한 문화행사
한 사람, 잊혀질 땐 잊혀진데도……. 쓸
의 죽음 등 가족사적 불행으로 점철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가 가득한 이 축제는 지난 2001년부터
쓸해지는 저녁나절, 노랫소리가 들려오
돼 있었다. 또한 성년이 된 뒤에는
매년 가을(9월20일~11월30일) 금요일
는 거리에 오래도록 머물며, 늦은 가을
1980년대라는 광포한 이념과 자본의
^빈집_
전문 -
마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열린다.
날의 밤 정취에 흠뻑 젖어 봐도 좋으리
시대 속에서 거대도시에 입성해 조직
예술과 문화, 술과 낭만, 젊음의 거리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일상적
｜김순덕 모니터 ksd2530@hanmail.net
로 문화가 살아있는 나혜석거리를 찾은
기형도 시인은 1960년 경기도 옹
삶의 되풀이에 마모되어 가는 실존의
김성호(남·48)씨는“비싼 술값을 내며
나혜석(1896~1949)-한국 최초의
진군 연평도에서 태어나 1989년 3월
덧없음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한
생음악을 듣는 라이브카페보다 더 생생
여류서양화가. 1921년에 한국 여성 서
7일 새벽 3시 30분경, 종로 2가 부근
듯하다.
한 음률과 자연의 숲속에서 시원한 호
양화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림
한 극장 안에서 죽었다. 29살의 요절
비록 기형도의 생애는 짧았지만 그
프 한 잔을 들이키는 밤 문화를 즐길 수
뿐 아니라 글에도 재주가 뛰어나 문단
이었다.
의 시가 남긴 여운과 감동은 아마도
있는 공간이라 즐겨 찾는다”
고 말한다.
에서도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한평생
당시 부친은 연평도에서 거의 유
오래동안 기억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
흥미 있는 볼거리와 낙지비빔밥·삼
여자도 사람이라는 주제로 글과 그림을
일한 행정기구였던 면사무소에서 근
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영향을 미칠
겹살·해물탕 등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
창작하며 시대를 앞서갔던 나혜석은
무하다가 서해안 간척사업에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감동과 사랑을 계
이 몰려 있어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3.1운동 등 독립운동과 더불어 여권운
후 부친이 유랑 후 기형도가 5세 때
속 받는 한 기형도는 영원히 살아있
400여 미터에 이르는 나혜석거리 양옆
동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경기도 시흥군 소하리(현재 광명시
는 우리 시대의 시인일 것이다.
소하동)으로 이사, 정착하게 되었다.
다행히 광명의 뜻있는 분들에 의
급속한 산업화에 밀린 철거민, 수
해‘시인 기형도기념사업회’
가 발족
해 이재민이 정착촌을 이루었던 당
되었으며, 시낭송회 개최, 광명중앙
시 소하리는 아직까지 도시 배후의
도서관에 기형도 코너 설치, 세미나
수원 인계동에 위치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가지고 있
개최 등 다양한 행사가 매년 개최되
한 나혜석 거리는
던 곳으로 1985년 신춘문예 시 부문
고 있다.
효원공원 입구에서
당선작인‘안개’의 배경이 되기도
특히 지난해 6월에는 기념사업회
부터 국민은행 동수
원지점까지 400여m
하였다.
주관으로 광명실내체육관 주변에 기
가 이어진다. 문화와
흔히 기형도의 시와 관련된 모든
형도 시비를 건립하는 등 기형도 시
예술이 만나는 거리
담론들엔 죽음의 음산한 후광이 드리
인에 대한 광명시민들의 관심과 애정
로 나혜석의 동상과
시구가 있고 각종
워져 있다고 한다. 뛰어난 시적 재능
을 보여주고 있으며, 광명의 시인으로
문화공연과 전시들
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젊어서 세상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펼쳐진다.
｜제430호｜ 2007년 11월 23일
수원 나혜석거리
나혜석, 문화의 거리에 영원히 살다
백승대 도의원이 본 시인 기형도
노오란 은행잎이 하르르 떨어져 내리
으로 조명기둥이 세워져 있고, 샛노란
는 가을 길을 따라 경기도 수원 나혜석거
작은 국화꽃이 담긴 화분들이 놓여 있
죽음에서 부활하는 실존의 덧없음
리로 가 보자. 이곳은 한국 최초의 여류
어 쌉싸래한 국화향이 코앞에 머문다.
서양화가로 근대 미술사에 커다란 발자
여름날이면 어린이, 어른 모두가 즐겁
취를 남긴 정월(晶月) 나혜석 선생
게 물장난을 하는 바닥분수가 있다.
을 하직한 시인의 불우한 운명이 자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1896~1948)의 예술적 업적을 기리기 위
화려하지 않고 친근감이 가는 나혜
아내는 애통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하
해 만들어진 도심 속의 문화공간으로 사
석의 동상이 두 곳에 있는데 한복을 입
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시 속에서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람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문화거리다.
고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과
빈번히 발견되는 죽음과 쇠락의 이미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화려한 인공의 불빛들이 즐비한 건
화구를 든 서양화가의 모습은 대조를
지들은 다른 한편으로 그의 시 읽기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
물들 속을 걷다가 잠시 발길을 돌려 이
이룬다. 소나무 모양처럼 갈라진 석벽
를 규정짓고 있는 것이다.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곳에 들러보면 도시의 밤거리가 결코
앞 검은띠에 나혜석의 일대기가 적혀
기형도의 시는 그가 살아왔던 어려
삭막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있다. 빠알간 단풍과 느티나무의 노릇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운 시절의 삶의 흔적들을 비교적 가
어둠의 먹물가루가 내려앉는 금요일
푸릇한 이파리들이 우우 갈바람 소리에
식없이 보여준다.
잘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
의 저녁 무렵, 나혜석거리에선 싱그러
후두둑 날리는 나혜석거리의 저녁 풍경
이 어려움이란 유년시절 아버지의
들아
운 노랫소리가 밤하늘 멀리 퍼져 나갔
은 도심 속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문화
사업실패와 병환으로 인한 가난, 어머
다. 중앙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들려
의 쉼터이다. 온기를 품어내는 주황불
니를 비롯한 나머지 전가족의 생업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오는 소리였다. ‘2007 나혜석거리 축제
빛의 가로등과‘그대 사랑하는 난 행복
선으로의 진출, 어린시절 목격한 누이
잠그네
한마당’
이 펼쳐진 것. 풍성한 문화행사
한 사람, 잊혀질 땐 잊혀진데도……. 쓸
의 죽음 등 가족사적 불행으로 점철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가 가득한 이 축제는 지난 2001년부터
쓸해지는 저녁나절, 노랫소리가 들려오
돼 있었다. 또한 성년이 된 뒤에는
매년 가을(9월20일~11월30일) 금요일
는 거리에 오래도록 머물며, 늦은 가을
1980년대라는 광포한 이념과 자본의
^빈집_
전문 -
마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열린다.
날의 밤 정취에 흠뻑 젖어 봐도 좋으리
시대 속에서 거대도시에 입성해 조직
예술과 문화, 술과 낭만, 젊음의 거리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일상적
｜김순덕 모니터 ksd2530@hanmail.net
로 문화가 살아있는 나혜석거리를 찾은
기형도 시인은 1960년 경기도 옹
삶의 되풀이에 마모되어 가는 실존의
김성호(남·48)씨는“비싼 술값을 내며
나혜석(1896~1949)-한국 최초의
진군 연평도에서 태어나 1989년 3월
덧없음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한
생음악을 듣는 라이브카페보다 더 생생
여류서양화가. 1921년에 한국 여성 서
7일 새벽 3시 30분경, 종로 2가 부근
듯하다.
한 음률과 자연의 숲속에서 시원한 호
양화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림
한 극장 안에서 죽었다. 29살의 요절
비록 기형도의 생애는 짧았지만 그
프 한 잔을 들이키는 밤 문화를 즐길 수
뿐 아니라 글에도 재주가 뛰어나 문단
이었다.
의 시가 남긴 여운과 감동은 아마도
있는 공간이라 즐겨 찾는다”
고 말한다.
에서도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한평생
당시 부친은 연평도에서 거의 유
오래동안 기억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
흥미 있는 볼거리와 낙지비빔밥·삼
여자도 사람이라는 주제로 글과 그림을
일한 행정기구였던 면사무소에서 근
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영향을 미칠
겹살·해물탕 등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
창작하며 시대를 앞서갔던 나혜석은
무하다가 서해안 간척사업에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감동과 사랑을 계
이 몰려 있어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3.1운동 등 독립운동과 더불어 여권운
후 부친이 유랑 후 기형도가 5세 때
속 받는 한 기형도는 영원히 살아있
400여 미터에 이르는 나혜석거리 양옆
동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경기도 시흥군 소하리(현재 광명시
는 우리 시대의 시인일 것이다.
소하동)으로 이사, 정착하게 되었다.
다행히 광명의 뜻있는 분들에 의
급속한 산업화에 밀린 철거민, 수
해‘시인 기형도기념사업회’
가 발족
해 이재민이 정착촌을 이루었던 당
되었으며, 시낭송회 개최, 광명중앙
시 소하리는 아직까지 도시 배후의
도서관에 기형도 코너 설치, 세미나
수원 인계동에 위치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을 가지고 있
개최 등 다양한 행사가 매년 개최되
한 나혜석 거리는
던 곳으로 1985년 신춘문예 시 부문
고 있다.
효원공원 입구에서
당선작인‘안개’의 배경이 되기도
특히 지난해 6월에는 기념사업회
부터 국민은행 동수
원지점까지 400여m
하였다.
주관으로 광명실내체육관 주변에 기
가 이어진다. 문화와
흔히 기형도의 시와 관련된 모든
형도 시비를 건립하는 등 기형도 시
예술이 만나는 거리
담론들엔 죽음의 음산한 후광이 드리
인에 대한 광명시민들의 관심과 애정
로 나혜석의 동상과
시구가 있고 각종
워져 있다고 한다. 뛰어난 시적 재능
을 보여주고 있으며, 광명의 시인으로
문화공연과 전시들
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젊어서 세상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펼쳐진다.
5페이지 본문끝
메뉴
현재 포커스의 아래내용들은 동일한 컨텐츠를 가지고 페이지넘김 효과및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페이지이므로 스크린리더 사용자는 여기까지만 낭독하시고 위의 페이지이동 링크를 사용하여 다음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