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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호｜ 2008년 1월 18일
요리로 이야기하는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
양평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산당’
이라는 한정식 전문 식당이 있다. 자연
의 모든 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요리에 철학과 예술과 이야기를 부여한 그
집의 요리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 음식에 관한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
뜨리는 산당 임지호(50·자연 요리연구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음식은 종
합예술이며 약이며 과학입니다.”｜박지영 hmj029hs@gg.go.kr
스승? 세상 모든 만물이 스승이지
“음식은 파장이야. 내가 행복하게 만
40년 세월동안 시골 중국집 주방장
든 음식은 먹은 사람도 행복해지지. 그
에서 유명 호텔 주방장까지 두루 섭렵
래서 나는 항상 행복한 가운데 요리하
한 그는 특히 자연 속에서 터득한 멋
고 또한 요리하는 가운데 매일 행복해.”
고구마, 두릅, 모짜렐라
치즈, 머루, 다래, 오미
과 맛을 선보여 자연 요리 연구가로
그래서 그는 손님들의 평에 귀를
자, 꼴뚜기로 표현한 요
이름을 떨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리‘미지의 섬’
. 동화속
트 음식 시연회, UN 한국 음식 축제
맛보지도 않는다. 그 맛에 길들여져
망망대해 어딘가 신비로
이 떠 있을 듯 싶다. 왼
등 해외에 한국 전통 음식을 알린 공
무한한 상상 속의 요리가 진부해질까
쪽 작은사진은 임지호씨
을 인정받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
염려스러워서다.
가 밭에서 음식에 쓸 재
터 표창장을 받았고‘경기 으뜸이’
항상 자유로운 그는 요즘 모든 사
료를 고르는 모습.
｜김길수
선정됐다. 그의 명성이 높아지자 요리
물이 가진 파장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stookim@naver.com
를 배워보겠다고 찾아오는 조리학과
작업에 아주 푹 빠져 있다. 마늘, 양파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등의 기본 재료부터 두릅, 민들레 등
없이 아주 짧게 말하곤 그는 사라졌다.
렇게도 각 재료가 가진 맛과 질감을 그
“몸에 가시가 많은 나무는 뼈와 관
의 나물이나 약초까지 그들이 가진 파
잠시 후 나온 그의 요리는 정말 감탄을
대로 살렸을까. 그러면서 어우러지는
절에 좋고, 미끄러운 성
장을 추상화로 표현해낸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목은 미지
그 맛이란… 나 태어나 이런 맛은 처음
분을 가진 것은 천연 방
다. 그의 그림을 가만히
의 섬이야. 어때?”
봤다니까 그런다. “당연하지. 이 요리
부제 역할을 해. 단맛은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세상에, 이런 요리도 있구나. 정말
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으니까.”
피로를 풀어주고, 그에
재료의 맛이 느껴진다.
동화책 속에 나올법한 환상적인‘미
나도 모르게 산당은 최고의 요리사
비해 쓴맛은 간 기능과
이젠 요리연구가의 한계
지의 섬’
은 진짜 딱 섬모양이다. 고구
다, 이런 걸 만들어 내는 당신은 정말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신
를 넘어서 도를 깨우친
마를 길게 썰어 세우고 두릅으로 감았
대단하다, 칭찬과 아부가 절로 터져
맛은 젊음을 유지하게 만
건가? 영혼이 자유로운
다.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를 둘러 오
나왔다. 하지만 그는 그저 피식 웃더
들어 줘. 또 검은 것은 검
그에게 그림은 스승이 있
븐에 구웠다. 자연스레 치즈가 흘러내
니 말했다.
은 데 좋고, 붉은 것은 붉
을까?
리며 바위 모양, 절벽모양이 됐다. 그
“나는 최고의 요리사가 아냐. 그냥
은 데 좋다는 건 내 지난
“당연히 없지. 정식으
리고 섬 위엔 머루와 다래, 오미자를
내가 좋아서, 음식을 만들면 행복해지
번에도 얘기했지?”
로 배운 적이 없기에 이
올리고 화이트소스를 끼얹었다. 바닥
니까 만드는 거야.”(031-772-3959)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그는 음식 재
런 자유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
엔 꼴뚜기를 늘어놓고 푸르스름한 매
료의 성질에 관해 누누이 얘기한다.
야. 뭐든지 틀 속에 가두고 기르면 자
실소스를 끼얹어 바다를 표현했다. 정
기본 성질을 알아야 자신 있게 요리를
유로움을 잃게 돼.”
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작품 요리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그의 스승
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은 어떤 이일까 궁금해진다.
얘기가 있는 단 하나밖에 없는 요리
“이제 맛을 봐야지?”바라보기도 아
“스승? 세상 모든 사람이 스승이고
그래서 그의 음식은 자유롭기에 맛
까운 것을 칼로 숭덩숭덩 자르더니 먹
세상 만물이 선생님이지.”
도 모양도 생경하다. 얘기가 있는 요리
으라고 건넨다. 아까워라, 하며 맛을
를 부탁했다.
“기다려.”달다 쓰다 말도
보니 맛은 더 기가 막히다. 어쩌면 이
행복하게 만든 음식, 먹는 이도 행복
그는 요리를 계획하지 않는다. 그날
그날 느낌이 오는 대로 주위의 모든
것이 음식의 재료가 된다. 아무렇게나
요술방망이처럼 뚝딱 요리를 만들어
내지만 주먹구구식은 없다. 주위의 모
든 재료로 아무렇게나 만들어내는 즉
흥적인 요리 같지만 재료들의 궁합을
딱 맞춰 절묘한 맛과 기운을 만들어낸
왼쪽부터 감자로 만든‘라비앙레브’
.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CEO를 위한 요리. 석청포,
쇠간, 호두로 만든‘호두갑옷을 입은 영재’
. 두뇌회전에 좋다. 생참깨, 솔잎, 쌀가루로
다. 먹는 이들에겐 보약이 되는 요리
만든‘소녀의 미소’
. 노화를 막아준다. 두부, 다시마, 방울토마토로 만든‘빨간 머리
인 것이다.
앤’
. 고혈압 환자를 위한 요리이다.
｜제434호｜ 2008년 1월 18일
요리로 이야기하는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
&
양평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산당’
이라는 한정식 전문 식당이 있다. 자연
의 모든 재료로 요리를 만들고, 요리에 철학과 예술과 이야기를 부여한 그
집의 요리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 음식에 관한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
뜨리는 산당 임지호(50·자연 요리연구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음식은 종
합예술이며 약이며 과학입니다.”｜박지영 hmj029hs@gg.go.kr
스승? 세상 모든 만물이 스승이지
“음식은 파장이야. 내가 행복하게 만
40년 세월동안 시골 중국집 주방장
든 음식은 먹은 사람도 행복해지지. 그
에서 유명 호텔 주방장까지 두루 섭렵
래서 나는 항상 행복한 가운데 요리하
한 그는 특히 자연 속에서 터득한 멋
고 또한 요리하는 가운데 매일 행복해.”
고구마, 두릅, 모짜렐라
치즈, 머루, 다래, 오미
과 맛을 선보여 자연 요리 연구가로
그래서 그는 손님들의 평에 귀를
자, 꼴뚜기로 표현한 요
이름을 떨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리‘미지의 섬’
. 동화속
트 음식 시연회, UN 한국 음식 축제
맛보지도 않는다. 그 맛에 길들여져
망망대해 어딘가 신비로
이 떠 있을 듯 싶다. 왼
등 해외에 한국 전통 음식을 알린 공
무한한 상상 속의 요리가 진부해질까
쪽 작은사진은 임지호씨
을 인정받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
염려스러워서다.
가 밭에서 음식에 쓸 재
터 표창장을 받았고‘경기 으뜸이’
항상 자유로운 그는 요즘 모든 사
료를 고르는 모습.
｜김길수
선정됐다. 그의 명성이 높아지자 요리
물이 가진 파장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stookim@naver.com
를 배워보겠다고 찾아오는 조리학과
작업에 아주 푹 빠져 있다. 마늘, 양파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등의 기본 재료부터 두릅, 민들레 등
없이 아주 짧게 말하곤 그는 사라졌다.
렇게도 각 재료가 가진 맛과 질감을 그
“몸에 가시가 많은 나무는 뼈와 관
의 나물이나 약초까지 그들이 가진 파
잠시 후 나온 그의 요리는 정말 감탄을
대로 살렸을까. 그러면서 어우러지는
절에 좋고, 미끄러운 성
장을 추상화로 표현해낸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목은 미지
그 맛이란… 나 태어나 이런 맛은 처음
분을 가진 것은 천연 방
다. 그의 그림을 가만히
의 섬이야. 어때?”
봤다니까 그런다. “당연하지. 이 요리
부제 역할을 해. 단맛은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세상에, 이런 요리도 있구나. 정말
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으니까.”
피로를 풀어주고, 그에
재료의 맛이 느껴진다.
동화책 속에 나올법한 환상적인‘미
나도 모르게 산당은 최고의 요리사
비해 쓴맛은 간 기능과
이젠 요리연구가의 한계
지의 섬’
은 진짜 딱 섬모양이다. 고구
다, 이런 걸 만들어 내는 당신은 정말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신
를 넘어서 도를 깨우친
마를 길게 썰어 세우고 두릅으로 감았
대단하다, 칭찬과 아부가 절로 터져
맛은 젊음을 유지하게 만
건가? 영혼이 자유로운
다.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를 둘러 오
나왔다. 하지만 그는 그저 피식 웃더
들어 줘. 또 검은 것은 검
그에게 그림은 스승이 있
븐에 구웠다. 자연스레 치즈가 흘러내
니 말했다.
은 데 좋고, 붉은 것은 붉
을까?
리며 바위 모양, 절벽모양이 됐다. 그
“나는 최고의 요리사가 아냐. 그냥
은 데 좋다는 건 내 지난
“당연히 없지. 정식으
리고 섬 위엔 머루와 다래, 오미자를
내가 좋아서, 음식을 만들면 행복해지
번에도 얘기했지?”
로 배운 적이 없기에 이
올리고 화이트소스를 끼얹었다. 바닥
니까 만드는 거야.”(031-772-3959)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그는 음식 재
런 자유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
엔 꼴뚜기를 늘어놓고 푸르스름한 매
료의 성질에 관해 누누이 얘기한다.
야. 뭐든지 틀 속에 가두고 기르면 자
실소스를 끼얹어 바다를 표현했다. 정
기본 성질을 알아야 자신 있게 요리를
유로움을 잃게 돼.”
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작품 요리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그의 스승
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은 어떤 이일까 궁금해진다.
얘기가 있는 단 하나밖에 없는 요리
“이제 맛을 봐야지?”바라보기도 아
“스승? 세상 모든 사람이 스승이고
그래서 그의 음식은 자유롭기에 맛
까운 것을 칼로 숭덩숭덩 자르더니 먹
세상 만물이 선생님이지.”
도 모양도 생경하다. 얘기가 있는 요리
으라고 건넨다. 아까워라, 하며 맛을
를 부탁했다.
“기다려.”달다 쓰다 말도
보니 맛은 더 기가 막히다. 어쩌면 이
행복하게 만든 음식, 먹는 이도 행복
그는 요리를 계획하지 않는다. 그날
그날 느낌이 오는 대로 주위의 모든
것이 음식의 재료가 된다. 아무렇게나
요술방망이처럼 뚝딱 요리를 만들어
내지만 주먹구구식은 없다. 주위의 모
든 재료로 아무렇게나 만들어내는 즉
흥적인 요리 같지만 재료들의 궁합을
딱 맞춰 절묘한 맛과 기운을 만들어낸
왼쪽부터 감자로 만든‘라비앙레브’
.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CEO를 위한 요리. 석청포,
쇠간, 호두로 만든‘호두갑옷을 입은 영재’
. 두뇌회전에 좋다. 생참깨, 솔잎, 쌀가루로
다. 먹는 이들에겐 보약이 되는 요리
만든‘소녀의 미소’
. 노화를 막아준다. 두부, 다시마, 방울토마토로 만든‘빨간 머리
인 것이다.
앤’
. 고혈압 환자를 위한 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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