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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는 詩
사진 이야기
나무, 사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질기게 견디면
나무 둥지 속에 염통이 생기고
쓸개가 생기고
고요히 흐르던 연둣빛 수액이
뛰노는 붉은 핏물이 되는 걸까
얼마나 멍하니
얼마나 머엉하니, 기다리면
수십년 붙박혔던 뿌리가
저리 겅중거리는 발이 되는 것일까
물 위로 내려앉은 얇은 추위 위에
아직 나무였던 시간들이 온 몸에 무늬로 남아있는데
누군가 조심스레 마음을 두고 갔습니다.
제 몸이 짐승이 된 줄도 모르고
간절한 바램이 있었나 봅니다.
자꾸 허공으로 가지를 뻗는 철없는 우듬지를 그대로 인 채
바램은 꿈인데
저 순한 눈매의
늘 멀리 두고 품지 못했나 봅니다.
나무가
한 그루 사슴이 되기까지는
누군지 몰라도
오늘 그가 남긴 마음을 간절히 품어주고 싶습니다.
이 경 림
시인
글, 사진 : 이 형 석 _ 정남중학교 교사
1989년
『문학과 비평』
으로 등단. 시집
『토씨 찾기』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
『시절 하나 온다, 잡아 먹자』
『상자들』
, 시 산문집
『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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